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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코골이, 이명 현상에 화병까지, 폐경기 여성들의 3대 적신호





여성이라면 한 번은 거쳐야 할 폐경이라는 관문. 매달 한 번씩 찾아온 ‘매직’이 끊겨 번거로움을 떨칠 수 있어 시원한 점도 있지만 폐경과 동반하여 오는 증후군은 괴롭기만 하다. 으레 치르는 것이라고 애써 넘어가려 해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폐경의 대표 증상 안면홍조, 근육통, 어지럼증 등 외에도 고질적인 증세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서울 행당동에 사는 우모 씨(여. 51). 최근 남편으로부터 코를 심하게 곤다는 민망한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전에 없던 코골이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남편의 잠자리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부쩍 짜증이 많아져 이해를 많이 해주는 남편이지만 코골이는 심각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구정 때 함께 잠을 잔 친정어머니에게도 들었던 말이다. 본인은 전혀 몰랐던 코골이가 심하다는 말을 들은 우 씨는 잔뜩 예민해져서 집 근처 병원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의사는 폐경기로 인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량의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에스트로겐 생성량이 줄어드는 폐경기를 맞이하면서 기도의 근육도 탄력이 저하되고, 수면 중에 기도가 아래로 처지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코를 곤다는 것이다. 코를 골지 않던 여성들이 중년이 되어 코골이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면 중 코골이 시간이 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 연구팀은 특히 50대 이상 코골이 증상이 있는 여성의 경우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도 함께 진행돼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운동이나 금주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화정에 사는 김모 씨(여. 49). 얼마 전부터 오른쪽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리고 때론 머릿속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주위 소음이거나 일시적인 현상인 것 같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루 이틀 지나면 없어지겠지 싶었는데 귀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인해 수면장애와 편두통까지 겹쳐 괴로운 날들을 보냈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이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폐경기가 가까워지면서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나타나는 노화현상으로 인해 이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년 전, 한의학 일각에서 폐경이 이명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월경이 끝나면 과도기적인 생리반응으로 얼굴에 열이 나고 벌겋게 되며, 땀이 난 후에는 으슬으슬 추워지는 일반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폐경기의 신경정신적인 증상들은 한의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머리에 쉽게 열을 유발한다. 상승하는 성질의 ‘열’은 압력을 높여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국 혈액순환장애로 이어져 달팽이관의 청각세포를 파괴시키는 이명이 된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치료를 받은 이명 환자의 1/4은 매우 호전이 되고 1/2은 어느 정도 호전이 되고 나머지는 치료에 별 호전이 없다고 하니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서울 상암동에 사는 박모 씨(여, 53). 시중 은행에 근무하며 공무원인 남편과 장성한 두 아들을 둔 남부러울 것 없는 중년의 커리어 우먼이다. 하지만 요즘 그녀는 가족들 모르게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다름 아닌 ‘화병’ 때문이다. 본인도 일을 하면서 남편 내조와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는데 손색이 없었던 그녀에게 화병의 조짐이 보인 것은 3년 전부터다. 일과 실림 1인 2역을 해내는 본인에게 남편과 아이들 중 그 누구도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이가 없었다. 남편은 무뚝뚝한 성격이고 두 아들은 어려서 그런 거려니 생각했던 것이 이십 수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가족이 모이는 시간보다 제 각각의 삶에 더 분주하여 본인만 마치 살림도 하고 돈도 버는 일꾼처럼 느껴져 우울했다. 더욱이 폐경이 되면서 여자로서 상실감과 내가 늙어가나 보다,라는 무력증 마저 괴롭혔다. 시도 때도 없이 가슴에 뜨거운 불덩이가 뻗치고 답답하며 잠을 못 자는 것은 물론 심지어 밥도 잘 안 넘어간다. 요즘은 치료를 받으며 많이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느닷없이 화가 치밀 때가 많다.





화병의 원인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폐경을 맞은 갱년기로 인한 에스트로겐의 감퇴가 문제다. 우울증이 겹쳐지면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 상대적으로 감퇴된 여성호르몬으로 인해 남성호르몬 비중이 높아지면서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화병은 주로 감정 표현을 못하고 지내다가 감정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 화병은 별일 아닌 듯 지나치기 쉽지만 악화되면 고혈압이나 중풍 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화병은 약물 치료나 정신 치료를 병행하며 치료할 수 있고 대화와 취미활동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글  / 강명희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