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남자와 함께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18살에 한국으로 와 벌써 16년이 흘 |
비용 부담으로 병원 이용 꺼려
필리핀은 1995년부터 국민건강보험제도(National Health Insurance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건강보험 보장 대상이 일반기업, 공무원, 자영업자, 무소득자와 그 부양가족(자녀는 21세 이하, 부모는 61세 이상) 등 전 국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국민건강보험과 비슷하지만 급여 방법이나 범위 등 에서는 다른 점이 많다.
“ 한국에서는 가벼운 감기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필리핀에선 감기 정도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없어요. 입원할 정도로 큰 병에 걸려야 병원에 가죠. 입원 진료도 24시간 이상 입원해서 치료 받는 경우에만 적용 되거든요.”
쟈스민 씨는 아직도 필리핀에서는 큰 병에 걸려야만 병원에 간다는 인식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병원에 가면 비용 부담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것. 물론 건강보험의 목적이 바로 이런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보장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입원해서 치료 받는 경우 입원료, 치료비, 식대 모두 보장을 받긴 하지만 그 마저도 입원 일수가 45일을 넘어가면 더 이상 보장을 받지못한다. 그리고 여기에 또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 필리핀 건강보험 혜택은 '후불제' 예요. 한국은 병원에 가서 진료나 치료를 받으면 비용을 지불할 때 보험 보장 받는 부분을 바로 제하고 내잖아요. 필리핀은 그렇지 않아요. 일단 환자가 비용을 다 내고 60일 이내에 영수증을 필리핀 건강보험공단(PhilHealth)에 내면 심사과정을 거쳐서 보험 보장을 받는 부분을 돌려주는데 그게 3~4개월 정도 걸려요.”
쟈스민 씨는 병원에 가려면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병원을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의 보험료는 월 수입의 3% 이내에서 부과되며, 이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반 씩 부담한다. 만일 자영업자나 무소득자의 경우에는 최소 100페소 정도의 보험료를 내고 직접 가입해야 한다.
또 쟈스민 씨는 “ 제가 봤을 때 필리핀 건강보험의 문제는 사람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모른다는 거예요. 교육과 홍보가 부족하다는 거죠. 더 큰 문제는 국민건강보험 자체의 필요성을 잘 모른다는데 있어요. 건강보험료를 한 번 내면 나중에 돌려 받는 것도 아니고 만일 자기가 아프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인지 필리핀의 국민건강보험 가입률은 2008년 기준으로 38% 정도예요.”
쟈스민이 경험한 한국의 건강보험
쟈스민 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그러다 보니 병원 갈 일도 많다.
“ 한 번은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서 허벅지 뼈가 크게 부러진 적이 있었어요. 애는 아파서 힘들어 하는데 글쎄 무통주사는 보험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아픈데 참으라는 건지……. 그리고 입원실은 6인실 이하는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6인실이 없다고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다 부담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한 번은 1인 실도 갔었는데 하루 비용이 십 몇 만원씩 되더라고요.”
쟈스민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 물론 가해자가 있는 사고였고, 가입해 놓은 민간 보험도 있어서 저희가 지는 경제적인 부담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아이도 그렇고 가족들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쟈스민 씨는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좋은 점은 아이들이 아프면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 한국에서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면 비용 걱정 안 하고 병원에 가잖아요. 제 기억에 제가 필리핀에 있을 때는 감기 걸리거나 배가 조금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가본 기억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쟈스민 씨는 한국에서 유명인사다. 한국방송의 프로그램인‘러브인 아시아’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또 다문화 가정과 이주 여성들을 위한 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한 정당의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그녀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큰 목표를 얘기하자면, ‘다문화’가 없는 한국 사회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거예요. 한국 사회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와 인식 그리고 배려가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다문화’라는 말이 있는 한 차별과 구분 짓기는 여전히 존재하는 거니까요.”
글_ 김혜미/ 사진_ 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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