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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미국 전자담배 경고에 캐나다도 들썩





미국에서 액상 전자담배/마리화나 흡입(Vaping)과 관련된 호흡기 질환이 발병하고 사망자가 나오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전자담배 규제에 힘이 실리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됐고, 베이핑 규제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6월 말 건강했던 10~20대 미국 남성들에게서 발병한 중증 호흡기 질환이 베이핑으로 인한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 후 ‘베이핑 질환’ 진단은 8월 말 200명, 9월 말 500명을 넘기며 급증했다. 8월 23일 일리노이주에서 베이핑 관련 사망이 처음 보고돼 사망자 수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담배는 담배 흡연보다는 독성 성분을 적게 흡입해 상대적으로 낫다고 여겨졌던 터라 사망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급성 해악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환자들은 구토, 피로 등을 겪다가 심하게 숨이 차거나 기침을 하는 증상을 보였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거나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했다. 환자들 일부는 니코틴만, 일부는 환각을 일으키는 마리화나 성분인 THC만 흡입했고, 두가지를 병용한 이들도 있었다. 어쨌거나 공통점은 다른 건강상 문제가 전혀 없는 10~30대의 젊은 층이라는 점이다. 


미 질병통제관리본부(CDC)는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우선 베이핑 자제를 권고했다. 또한 거리에서 불법으로 판매하는 액상 니코틴/마리화나를 사지 말고, 베이핑 기구를 직접 개조하지 말라는 의견을 내놨다.


청소년, 임신부, 비흡연 성인이라면 전자담배를 시작하지 말고, 현재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기침이나 숨가쁨, 가슴통증 등 증상이 나타나는지 면밀히 살피라는 권고도 덧붙였다. 



CDC의 지침이 다소 모호하고 복잡해 보이는데, 질병의 원인과 발병 경로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탓이다. 액상 전자담배에 포함된 특정 성분 때문인지, 흡입기가 오염된 탓인지, 또는 전자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거나 마리화나와 병용하는 등 사용자 습관의 문제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아직 질병의 정체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보인 지질성 폐렴은 액상 전자담배가 함유하고 있는 지방 용매 성분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니코틴이나 THC를 녹이기 위한 비타민 E 오일과 같은 지방이 미세한 액체상태로 흡입되면 기관지 폐포에서 막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러면 우리 몸은 면역시스템을 작동시켜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결국 폐렴으로 발전한다. 



최근 미 보건당국은 전자담배가 10대 청소년층에게 패션 트렌드가 되면서 결국 흡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과일맛, 사탕맛 등 향이 가미된 전자담배 규제에 착수했다. 베이핑 질환이 이슈가 되면서 규제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전자담배 산업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웃나라 캐나다 역시 베이핑 규제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언론은 미국의 베이핑 질환 발병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의료계와 업계의 입장을 보도했다. 그러던 중 9월 18일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첫 베이핑 관련 질환 사례가 보고되면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캐나다도 베이핑을 담배와 같은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업계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데릴 템페스트 캐나다베이핑협회 회장은 CBC와의 인터뷰에서 “전자담배 규제는 캐나다인들을 불법 암시장으로 내몰아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계는 아직 신중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자담배 규제에 대해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었고 아직까지는 보건당국의 결정이 내려진 것이 없다. 



캐나다에서의 베이핑 규제는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니코틴 성분의 전자담배뿐만 아니라 마리화나 베이핑 시장이 매우 크고, 규제의 부작용에 대한 논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2018년 기호용 마리화나를 세계 최초로 합법화한 나라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놓고 수십년 간의 논쟁을 거쳤는데, 합법화를 지지하는 논리 중 하나가 마리화나 매매 수익을 불법 범죄조직에게 안겨주지 말고 차라리 양성화해서 정부의 재원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베이핑 질환의 발병 원인과 위험 요인이 보다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