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가운데, 선선한 날 건강과 차별을 넘어선 일대 전기의 영화부터 소개하고 싶다. <대단한 유혹, 2003>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거짓말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순박한 섬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 한 명의 의사를 유혹하기 위해 기발한 연극을 꾸민다는 설정의 영화다. <대단한 유혹>은 신선하고 활기찬 ‘캐나다산’ 휴먼 코미디 영화다.
‘에로 영화’ 코너에나 어울릴 법한 영화 제목 <대단한 유혹>. 영화의 제목만 알고 온 분이 있다면 야한 영화를 기대하지 마시라. <대단한 유혹>의 배경이 되는 퀘백 주의 생 마리 섬은 불어를 쓰는 캐나다 내 불어권 지역일 뿐이다.
그리고 권력, 병원과 전체주의로부터의 자유를 그린 명화 세편이 있다.
첫째, 패치 아담스. 단순한 병과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을 치료하는 것, 환자의 병명을 볼 것이 아니라 이름을 불러줄 것. 이런 생각은 의대 교수들의 엄숙주의와 일대 접전을 치르는데, 우리 현실에서도 충분한 논쟁거리가 될 만하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고, 몇 년전(2014) 자살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다.
두번째는 뻐꾸기둥지로 날아간 새. 정신병원이라는 우화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미국이라는 구조, 정신병원이라는 구조에서 두 개의 축이 교차로 전개되는 영화다. 구조가 잘못된 걸 알지만 그곳에 적응하면 어느 순간 날개를 펴는 법을 잃게 된다.
비슷한 영화인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1971),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붙였던 부제처럼 악은 이처럼 모든 인간에게 평범하고도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인간은 선과 악 사이에서 조율의 정도를 가늠하고 어정쩡한 선택을 할 뿐이다.
보상이 없다면 선을 행하지 않는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처벌이 있다면 악을 행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보상이 없더라도 선을 행하며, 처벌이 없더라도 악은 행한다.
셋째는 닥터 지바고. <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뒤를 이어 명장 데이비드 린이 다국적 자본으로 만든 또 한편의 대작.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원작을 바탕으로 혁명의 격랑기에 실려간 시인 지바고의 삶과 사랑을 낭만적이고 비극적인 정조로 꾸며냈다.
소설이 혁명과 예술가의 운명을 병치시켰다면 영화는 아름답지만 불행했던 사랑이야기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낭만적인 이야기를 유장한 호흡으로 옮겨 고전적 영화미의 정점에 오른 작품이다.
의료인으로서 일대기를 그린 닥터 노먼베쑨과 체게바라 영화는 각각 닥터 노먼베쑨(2006)과 체게바라뉴맨(2010)으로 우리에게 다시 다가왔다.
역사적으로 의사들이 인도주의적인 의료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노먼 베쑨은 스폐인 내전과 중국혁명에 참가, 혁명가들을 치료하다가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고, 슈바이처는 철학자와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깨끗이 버린 채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인을 위해 일평생을 헌신했다.
또 장기려 박사는 영세민과 행려병자들을 위해 무료진료소를 세우는 등 1995년 죽는 그날까지 인술을 베푼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에 만들어진 영화 중 이들 영화는 길이 기억될 휴머니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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