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올까 싶던 가을이 어느 새 훌쩍 우리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덕에 한낮의 햇살이 반갑게 느껴지기도 하는 계절이다. 한여름을 지나며 무더위에 지쳐 잠을 설쳤던 이들은 이제 한숨 돌릴 만하다.
그런데 더위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는 잠을 충분히 못 자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잠은 하루 생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인체 신진대사와 주요 장기 기능 유지, 스트레스 해소 등에 잠은 꼭 필요하다.
얼마나 잠을 자야 충분한지는 개인의 건강 상태나 생활 리듬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다음날 낮 시간대에 졸음이 오지 않을 정도로 자야 충분하다고 본다. 보통 성인은 평균 7시간 안팎의 수면 시간이면 다음날 생활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갑작스러운 큰 일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을 때 잠을 잘 못 자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어려운 날이 계속되면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평소 몇 가지 간단한 수칙만 지켜도 대부분 무리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수칙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활동량과 휴식 정도 등을 매일 비슷하게 반복해 생체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수면의 양과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기상 시간이다. 잠에서 깨는 시간이 불규칙하면 수면 주기가 들쭉날쭉해지면서 편안히 잠을 이룰 수 없다.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잠을 자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는 게 좋다. 눈을 감은 채 억지로 잠들려고 애쓰다 보면 그런 마음가짐이 교감신경계를 더 활성화시켜 각성 상태를 유도한다. 애는 쓰지만 잠을 오히려 더 못 자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럴 땐 밤 한번 새워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면 되레 잠이 찾아올 수 있다.
또 잠을 잘 자려면 낮 시간 동안 실내에만 있지 말아야 한다. 수면이 원활해지려면 뇌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충분히 나와야 한다. 멜라토닌은 낮에 햇볕을 쬐는 동안에는 분비가 억제됐다가 어두워지면 많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낮에 실내에서만 생활해 햇볕을 쬐지 못하면 멜라토닌의 분비 리듬이 깨져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낮잠을 오래 잔 날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다. 잠을 보충하려고 낮잠을 너무 오랫동안 자고 나면 멜라토닌 분비 리듬이 깨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체는 잠에서 깬 뒤 8시간 정도 지나면 자고 싶다는 욕구가 한두 번씩 생긴다. 가령 아침 6시에 일어났다면 오후 2시쯤이면 졸음이 오는 식이다.
이를 억지로 참지는 말고 10~20분 정도로 짧게만 낮잠을 자면 개운한 느낌이 들고 일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단 낮잠을 30분 이상 길게 잘 경우엔 그날 밤 숙면이 방해 받아 다음날 다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잠을 못 자는 날이 계속돼 괴로운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수면제의 작용에 기대려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 수면제에 계속 의지하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양을 먹어야 잠들 수 있게 되고, 결국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수면제 사용은 그래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수면제 사용을 되도록 줄이면서 잠을 유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보조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자는 동안 큰 소리로 코를 골거나 숨이 차거나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는 수면무호흡증도 잠의 질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수면무호흡증이 계속되면 낮에도 계속 졸음이 오며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에게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1.6~1.8배 높다는 보고도 나왔다. 혈관과 신경에 해로운 변화가 생기거나 수면 시간 동안 호르몬 분비 양상이 비정상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면 되도록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도움: 을지대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서울수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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