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음식

여드름인 줄 알고 짜면 안 돼요! 표피낭종

 

 

한 달 전쯤, 왼쪽 팔 부위에 작은 여드름 하나가 났다. 가끔씩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얼굴 부위에 난 적은 있었지만 팔에 난 것은 처음이었다. 피지선이 발달한 곳에 생긴 것이 아니어서, 가을 환절기에 생기는 피부 트러블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드름으로 보이는 뾰루지가 커졌고 당황한 나머지 억지로 손으로 짜보기도 했다. 뾰루지 안쪽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한 달 정도 뾰루지가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지만 오히려 부위가 커지면서 딱딱해졌다. 평소에는 별 다른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부위가 부풀어 오르면서 돌출되자 옷을 입거나 어딘가에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팔을 만지면 약 1.5cm 정도의 돌덩어리가 피부 안에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곧바로 피부과를 찾았는데 염증일 수도 있지만 ‘표피낭종’일 수 있으니 대학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은 뾰루지 정도로 여겼는데 조직검사라는 단어를 들으니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대학병원 진료 예약을 잡았다.

 

 

표피낭종은 각질과 각종 분비물이 배출되지 못해 모낭이 막혀 생기는 일종의 덩어리다. 흔히 여드름인 줄 알고 짜서 피지를 배출하려다가 2차 감염이나 통증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여드름은 연고나 전용 패치 등을 통해 피부를 진정시키면 염증이 가라앉고 완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표피낭종은 무조건 제거를 해야 한다. 점점 커지거나 수년 간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발견 즉시 제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진료를 받은 뒤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피지를 채우고 있는 주머니(표피낭)를 완전히 제거해야만 재발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낭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또 다시 분비물과 피지 등이 쌓여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표피낭종은 우리 피부 거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중심부에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짜면 지방질과 연화된 각질이 배출되지만 2차 감염이 발생하면 염증이 커져 빨갛게 붓고 통증이 커진다. 한 곳에만 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위에 동시에 다발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가드너 증후군이나 모반양 기저 세포암 증후군 등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다.

 

 

수술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사를 통해 해당 부위 주변 부분마취를 하고 피부를 작게 절제해 안에 채워진 내용물을 빼내고, 낭종의 벽을 이루는 껍데기를 꺼내는 방식이었다. 마취로 큰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고 다만 수술을 마친 뒤 마취가 풀리면서 뻐근한 듯한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수술의 흔적이 피부 상에 남을 수 있기 때문에 흉터나 상처 치료를 통해 완화시키는 것이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간단한 수술 뒤에는 무거운 짐을 들거나 피부에 자극이 되는 행동을 삼가야 하고, 매일 소독을 해줘야 했다. 2주 뒤 실밥을 풀게 되면 치료가 끝이 난다.

 

표피낭종은 수술 자국을 남기기 때문에 염증 부위가 도드라져서 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수술이 까다로운 부위에 난 경우라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표피낭종 자체의 발암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된다. 단 아주 드물게 낭종벽에서 편평 세포암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의료진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참고=서울아산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