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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하나를 알면 둘을 아는 질병의 위험 신호

"대장에서 폴립(polyp·점막에서 혹처럼 돌출한 것)이 발견됐네요. 심장 검사를 해봐야겠어요."


 

  종합검진을 통해 대장내시경을 받은 사람이 종종 듣는 말입니다.

  그동안 많은 건강검진센터는 내시경·초음파·CT(컴퓨터 단층 촬영)·MRI(자기공명영상) 등을 한날에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건강위험 요인 짝짓기' 연구를 시행했습니다. 종합검진을 통해 서로 다른 장기(臟器)의 건강위험 요인을 연관짓는 것은 종합검진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의학 분야입니다.

 아시다시피 종합검진은 뇌·심장·간·소화기 등 신체 여러 장기 상태를 한꺼번에 체크합니다. 이 때문에 어느 장기에 건강 위험 요인이 발견됐을 때, 이와 연관돼 다른 부위에도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같은 ‘짝짓기 연구'는 서로 다른 부위에서 질병이 나타나기 전에 위험 요인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짝짓기가 있을까요? 

 우선은 지방간입니다. 지방간이 심한 사람은 심장의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4배 높았습니다.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이 동맥이 좁아지면 심근경색증·협심증 등이 생깁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큰 이들의 지방간은 체내 잉여 지방이 간에 쌓여 생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 술을 많이 먹어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은 이와 연관 없습니다.

 
지방간이 심한 사람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목 부위의 경동맥에도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경동맥이 좁아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대장 폴립과 관상동맥질환은 형제지간이었습니다. 

 
대장내시경과 심장 CT를 같은 날에 받은 사람을 분석해 보니, 대장에서 폴립이 발견된 사람은 관상동맥질환에도 문제가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장 포립이 발견되면 심장검사를 받아보라고 한 것입니다. 폴립 환자는 심장병 발생 위험이 최대 2배 높습니다. 폴립의 크기가 클수록 위험도가 올라갔습니다. 고지혈증·복부비만 등이 심장병은 물론 대장 폴립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심장병과 뇌졸중은 한통속이었습니다. 

 
심장 CT에서 관상동맥 벽에 딱딱한 석회물질이 침착돼 있으면 관상동맥 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심장병 발생 위험 신호입니다. 이런 석회화(化)가 심한 사람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1.7배 정도 높았습니다. 이들은 뇌에 크기가 매우 작은 무(無)증상 뇌졸중 흔적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심장병과 뇌졸중이 동시다발로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복부 비만은 배 안의 소장과 대장 사이 사이에 낀 내장 지방과 피부 밑에 쌓이는 피하 지방 때문입니다.

 내장 지방이 많으면 배불뚝이가 되는 이른바 ’남산형 비만‘이 됩니다. 피하지방이 많으면 뱃살이 늘어나 접히는 이른바 ’삽겹살형 복부비만‘이 됩니다. 복부 CT를 찍으면 이 둘의 양을 각각 측정할 수 있는데, 내장 지방이 더 많은 사람은 대장 폴립 발생 위험이 3배가량 높았습니다. 내장 지방에서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 영향 탓입니다. 

 반면 피하 지방이 많으면, 천식 증상이 잘 생깁니다.
 피부 밑 지방에서 유독 많이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천식 유발에 관여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남산형 복부비만'은 폴립 위험 그룹, '삼겹살형 복부비만'은 천식 취약 그룹인 셈입니다.


  남산형 복부 비만은 역류성 식도염과도 단짝이었습니다. 

 
위 내시경도 받고, 복부 CT로 지방 양도 체크한 사람을 분석해 보니, 내장 지방이 많은 사람은 역류성 식도염 발생 위험이 60% 증가했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장의 음식물이 위로 올라가 염증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내장 지방이 많으면 위장에 압박을 가해 음식물 역류를 증가시키고, 내장 지방 호르몬들이 위와 식도 사이를 조여주는 괄약근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체중은 정상인데 배만 나온 경우를 통상적으로 '마른 비만'이라 부릅니다.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은 많은 경우입니다.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정상 체중이지만 허리둘레가 85㎝가 넘으면 척추에 골다공증이 있을 위험이 2.5배 높았습니다. 체중보다 과도한 체지방이 골밀도 형성에 해롭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질병에도 짝이 있습니다.
하나의 위험 요인을 알면 또 다른 질병의 위험 요인을 알아내어 질병을 조기에 치료해야겠지요


김철중 /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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