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맞춤형

감사의 심리학 「행복을 위해 감사거리를 적어보기...」

  매일 아침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는 수많은 학생들과 직장인들.

  온 몸은 피곤에 절어 있고,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하다. 온전히 서 있기도 불편한 상황에서 발이라도 밟히면 그 날의 컨디션은 형편없다. 힘들고 고단한 여정의 종착지인 학교와 직장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스트레스가 쏟아진다.

  하루 종일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만만치 않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에 사로잡혀 잠자리에 들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똑같은 하루를 반복한다. 활기찬 기분으로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를 기대하기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서기 일쑤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삶이 고통스럽고 지겹기도 할 텐데, 이를 감내하며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단지 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행복을 꼽기도 한다.

그렇기에 미래의 행복이 보장될 수 있다면 현재의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은 더 좋은 성적과 좋은 상급학교의 진학이라는 목표를, 직장인들은 높은 연봉과 안정된 노후라는 목표를 세운다. 모두 행복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들로, 이를 위하여 하루하루를 견디며 산다.

 

 

그런데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현재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부르고 싶다는 말은 배고픈 사람들의 입에서, 건강해지고 싶다는 말은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현대인들에게 행복하지 않음은 너무나 당연한 말인 듯하다.

현대의 문명사회는 우리를 끊임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 넣고, 주변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으며, 행복이라는 신기루는 점점 멀어지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그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이대로 살자니 힘에 부친다. 좋은 성적이나 높은 연봉 같은 가시적인 행복이 금세 이루어지지 않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언제 얻게 될지 모르는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불행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까?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노(No)!’이다.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

- 정신장애를 비롯한 각종 문제점들 - 을 해결하기 위하여 꽤 오랫동안 고군분투하였다.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해결하면 행복해 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 탓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부정적인 면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며, 부정적인 면을 제거한다고 해서 행복과 같은 긍정성이 찾아오는 것은 아님을 깨달은 심리학자들은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발전시켰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인 부분 - 장점과 자원, 미덕, 행복 등 - 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심리학이다.

 

긍정심리학의 주창자 중 한 사람인 셀리그만(Martin Seligman) 교수는 행복을 연구한다.

그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한편으로는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계발이 가능하다 한다. 행복을 계발한다니 너무 생소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주어진 행복을 그저 수동적으로 느끼는 것이 전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여러 가지 실험과 방법을 통하여 행복을 계발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을 발견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감사(感謝)이다. 감사를 하면 행복해 진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감사할 일이 있다는 것은 이미 행복하다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감사란 좋고 고마운 일이 일어났을 때 하는 것이고, 좋고 고마운 일이 있으니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하며 말이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주장은 이와 좀 다르다.

우리가 감사하지 않는 것은 감사할 일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감사할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생각보다 감사할 일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면서, 혼자서 적어보는 감사노트나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써보라고 한다.
처음에 감사노트나 감사편지를 쓰려고 하면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서 어려워한다. 그러나 대단한 감사만 찾으려 하지 말고, 사소한 것이라도 찾아보라고 하면 한두 개 정도 찾는다.  그렇게 찾기 시작하면 이내 감사거리가 봇물처럼 터지곤 한다. 왜 그럴까?

 

사람은 다음의 두 방법 중 하나로 정보를 처리한다.

개념주도적 처리(top-down processing)와 자료주도적 처리(bottom-up processing)가 그것이다.
전자는 개념과 선행 이해를 중심으로 자료를 처리하는 것이고, 후자는 자료를 세밀하게 살펴서 개념을 만들면서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글에서 오타를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는 개념주도적 처리 때문이고, 타인의 글에서 오타를 쉽게 발견하는 이유는 자료주도적 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장기나 바둑을 직접 두는 사람보다 훈수를 두는 사람이 수를 잘 보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개념주도적 처리와 자료주도적 처리는 따지고 보면 서로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는 관계이다.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지식체계를 만들고(자료주도적 처리), 만들어진 지식체계를 가지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인다(개념주도적 처리). 이 두 과정은 끊임없는 순환과정을 거친다.

 

 

처음에 감사거리를 찾으라 하면 사람들은 대충 찾아 본 후 “없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서 즐겁고 감사할 일이 없다는 평소 생각(개념주도적 처리)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과 주변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자료주도적 처리) 감사거리를 한두 개 정도 찾게 된다. 없을 줄 알았는데, 발견하게 된 새로운 경험은 감사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수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점차 감사거리를 찾는 것을 수월하게 느끼고 더 많은 감사거리를 찾으면서, 세상에는 감사거리가 넘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감사가 풍부해지면, 우리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감사와 연관되는 다양한 감정으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행복이다.

심리학의 한 분야인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에서는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에 따라서 함께 묶여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 가지 생각을 하면, 그와 관련된 사건이나 이미지, 느낌이 연달아서 떠오르는 것이다.
연인이나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날 때 옛날 일을 들먹이는 것이나, 한번 공상에 빠지면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은 우리의 기억과 지식이 연관성에 따라 묶여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감사도 마찬가지이다. 한번 시작된 감사는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고마운 마음과 즐거움, 기쁨, 설레임 등 온갖 긍정적인 정서와 기억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특히 그 중에서도 긍정적 정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복에 닿게 된다.

그래서 감사의 마음이 행복으로 전이되는 것이고, 이것이 감사를 회복할 때 행복을 느끼게 되는 원리이다. 감사표현을 잘 하는 사람들 중 행복이라는 감정을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후회와 아쉬움으로 기억할 수도 있고, 감사와 행복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바로 당신에게 있다.

지금 펜을 들고 감사거리를 하나씩 적어보자.

목록이 늘어날수록 당신의 마음에 행복도 늘어날 것이다.

 

 


누다심 / 심리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