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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뭔 소리야, 우리 애 집에 멀쩡히 잘 있는데!" 얼마 전 마침 개교기념일이어서 집에 있었다. 운동하고 샤워 후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웬 전화인가 의아해하며 수화기를 드니 '그놈 목소리'가 들렸다. 딸 이름(고1 년생)을 대며 내가 데리고 있으니 많이도 필요 없고 일천만 원만 보내라는 것이었다. “유괴라니, 당신 애들 유괴범은 100% 잡힌다는 것 몰라서 하는 짓이야, 시방?” 나는 기세 좋게 오히려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낀 것은 딸아이인 듯한 “아빠, 살려주세요”라는 우는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들리면서부터였다. 나는 ‘그놈’이 하라는 대로 휴대폰으로도 전화를 받는 한편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초등학교 학생처럼 불러주었다. 어제까지 조회했던 예금 비밀번호는 웬일인지 자꾸 틀렸다. ‘ 그놈’이버럭짜증을냈다... 더보기
지리산 자락 효기리의 여름, 고향 어른신을 뵙고 어제 처남이 집사람과 함께 전주에 사시는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을 뵈러 처가에 간다고 하여 자진동행하 였다. 처가에 가는 길에 뜨거운 무더위를 벗삼아 외로움과 싸우고 계실 집사람의 큰 할머님(장인어르신 의 큰 어머니이심)을 뵈러 가자고 하여 처가댁을 경유, 완주군 구이면 상학 한우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할머님이 사시는 남원시 이백면 효기리를 향하여 힘찬 출발을 하였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장마철이 끝났다고 하는 데도 심술을 부리듯 가는 길에 소낙비가 열대지방 스콜처럼 오락가락 한다. 이를 보고 처남댁이 "우리 아들 재신이의 마음과 같다" 고 하여 한바탕 웃었다.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안전 운전을 하는 처남의 수고로 우리 일행은 무사히 효기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골목 단정한 수로 은행나무 이끼 .. 더보기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버킷 리스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유명한 시 ‘너에게 묻는다’ 의 전문입니다. 이 시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짧지만 긴 감동을 준다” 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긴 감동은 커녕 짧은 동감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인생의 철리(哲理)를 설교조로 훈화하는 것에 대해 어깃장을 놓는 심사 였 겠지요. 이 충동이 잦아든 것은 불혹의 나이를 지나서입니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 시를 읊조리는데, 제 속 깊숙이에서 맑은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롭 라이너 감독)를 보면서 한동안‘연탄재’시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가벼운 항심(抗心)을 느꼈습니다. “삶을 뜨겁게 사랑하라” 는 주제가 너무 드러.. 더보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봄 한 두통, 무심코 먹는 진통제 파랑은 방위로는 동쪽을 뜻하며, 차갑고 청명하여 고요합니다. 색채 병리학자들은 평화롭고 편안한 느낌 인 파랑을 두통과 피로감 치료에 사용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봄직한 두통, 무심코 진통제 한 알 을 삼키며 그냥 지나치지는 않나요? 두통은 여러 가지 병으로 일어나는 증세일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자 신의 증세에 따라 적적히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두통이란 무엇인가? 두통은 통상적으로 안면을 제외한 머리부분의 통증을 말합니다. 여성은 90% 이상, 남성은 70 ~ 90% 정도에서 일생에 한번쯤은 경험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때때로 일어나는 두통을 흔히 있는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왜 많은 통증이 머리 쪽으로 집중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첫째, 다른 신체 부위에.. 더보기
매운 듯, 달짝지근한 듯, 껍질 속 감춰진 양파 아이들은 닭곰탕을 아주 좋아한다. 닭 한 마리를 사다가 양파, 대파, 마늘, 생각을 넣고(좀 더 신경 쓰면 황기, 오가피 , 엄나무 등도 넣고) 불을 단계적으로 조절하기만 하면 되니 퍽 간편하고도 맛난 음식이다. 어느 날, 마침 양파가 똑 떨어져 그냥 대파랑 마늘 위주로만 끓였다. 그런데 어떤 맛이라고 딱 잡아 말하 기는 어려워도, 뭔가 아쉽다. 닭 이외의 씹히는 것이 없다는 것 말고도 뭔가 부족하다 잡냄새를 제거하고 다른 재료의 맛과 어울려 양파의 향은 자극적이다. 그 알싸한 매운맛은 입안을 정제시켜 준다. 중국집에서 양파를 춘장에 찍어 먹으면, 기름기 가득한 음식으로 느끼한 속을 다스릴 수 있다. 양념으로서의 양파도 역할은 비슷하다. 육류의 누린내나 생선의 비린내 등 잡냄새를 제거하고 다른 재료와 맛..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