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구 선생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택시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서였다. 
     실화극 ‘대한민국 경제실록’을 진행하는 내레이터 음성이 선생의 그것이었다. 구수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특유의 음색.  너무 반가워서 바로 전화를 드렸더니 선생도 반색을 했다. 

 

 

 



 

 

 

 

신구(新舊) 세대 모두에게 사랑받는 ‘신구’

 

“오랜만이에요. 잠실(선생의 집이 있는) 쪽으로 오시면 연락을 줘요. 약주 한 잔 하게.”
 “하하, 요즘도 약주를 자주 하세요?”
 “그럼요.”
선생은 쾌활하게 답했다. 그 목소리에서 건강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선생은 베를린올림픽이 있던 1936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만 76세다. 고건(전 국무총리), 이종찬(전 국가정보원장), 김우중(전 대우 회장) 씨가 고교 동창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모두 현역에서 물러나있지만, 선생은 여전히 ‘현장의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가 약주를 즐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연전에 뵈었을 때도 그는 술자리로 손을 이끌었다. 매일 소주 한 병씩 드신다고 했다.

 

술을 많이 먹으면 뇌세포가 죽어서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선생은 그 연세에도 드라마에 출연해서 대사를 너끈하게 외우고 있다. 얼핏 봐서는 상식에 반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술을 마시는 시간만큼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그렇게 술을 마시려면 왜 운동을 하느냐고 해요. 그러면 술을 마시기 위해 운동한다고 하지, 하하.”

 

신구 선생처럼 타고난 건강 체질도 아니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매일 소주 한 병씩 먹는다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은 불문가지다. 

 

 

 

단순 건망증도 뇌기능에는 적신호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다. 자신이 했던 언행의 어느 부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빈번하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볼 수 있는 의문이다. 한 케이블채널의 TV프로그램(‘닥터의 승부’)이 이에 대한 답을 구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각 과(科) 의사 16명 중 절반인 8명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고, 나머지 절반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전공 분야 소견으로만 판단한 것인데, 절반이나 상관없다고 했으니 술을 즐기는 사람들로서는 다행한 결론이라고나 할까.

 

반대로 뒤집으면 8명이나 관련이 있다고 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 자체가 바로 치매와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다한 음주에 의한 기억력 감퇴는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할 있다는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들 중 상당수가 이른바 ‘디지털 치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종의 신조어인 디지털 치매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은 중노년 층 뿐 만 아니라 청장년들에게도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게 의사들의 경고다.


단순히 기억력이 감퇴한 현상에 대해서 치매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그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는 퍽 효과적이다. 단순 건망증이라도 신경회로 전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니 뇌기능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억력의 실종은 귀신에게 조차 무척 답답한 일

 

건망증이 생기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답답한가. 생각날 듯 생각나지 않는 기억의 저 편….

 

기억력의 실종은 귀신에게조차 무척 답답한 일이라는 것을 최근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 ‘아랑사또전’은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는 기억을 잃은 처녀귀신 아랑(신민아)과 귀신을 보는 까칠한 사또 은오(이준기)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은오가 아랑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면서까지 애쓰는 장면은 웃음과 공감을 함께 자아낸다.


 “뭐 생각나는 것 없어?” 은오의 채근에 아랑은 머리를 흔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아랑의 기억을 되살릴 단서를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뻐하는 은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기억력 감퇴 예방에 으뜸은 '운동'

 

귀신의 기억력을 찾아주는 데까지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예로부터 한방에서는 기억력에 좋은 음식으로 홍합, 천마, 강황 등을 꼽았다. 우리 몸에 수분을 빠르게 공급해주는 홍합은 85%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는 뇌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천마는 뇌기능이 약해 두통이나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꾸준히 섭취하면 좋은 약용식물이다. 강황에 들어있는 천연색소 커큐민(Curcumin)은 뇌세포 손상을 막아준다고 한다.

 

의사들이 기억력에 나쁜 음식으로 내남없이 꼽는 음식은 역시 담배다. 식품 첨가물이 가미된 음식, 동물성 기름 섭취도 좋지 않다.

어떤 음식이든 과식을 하는 것은 대사과정에 활성산소가 만들어져 뇌세포에 상해를 끼친다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다. 물론 소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식사량을 줄이면 안 되고, 고른 영양소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열량을 섭취해야 한다.

 

이처럼 섭생에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역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으뜸의 조건이라는 것을 말할 나위가 없다. 80세를 바라보는 신구 선생이 왕성한 활동을 통해 신구(新舊) 세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운동의 중요성이 새삼 절실해진다.
  

                                                                                                                                                  글 /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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