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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조경환이 남긴 뜻 “술친구 오래 만나려면….”

 

 

          배우 최불암 선생은 사석에서 연예계 동료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온갖 구설에 시달리는 그 판의 동료들을 

          또 다른 입길에 오르게 하지 않으려는 어른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선생이 예외적으로 실명을 자주 거론하는

          후배가 드라마  ‘수사반장’을 함께 했던 조경환 씨다.

 

 

 

 

 

 

 술을 멋있게 즐길 줄 알았던 배우  조경환

 

선생은 주석(酒席)에서 술을 멋있게 즐길 줄 아는 후배로 조 씨를 언급했다. 조 씨가 술을 잘 마실 뿐 아니라 힘이 장사라는 것을 이렇게 회고했다. “ 예전에 어느 방송국에서 배우들과 가수들 팔씨름 대회를 열었어. 거기 조경환이와 주현이가 최후까지 남았는데, 두 사람이 붙어서 한참을 지나도 결판이 나지 않는 거야. 어~ 휴!, 둘이 얼마나 힘이 좋은지 무슨 황소처럼…. ” 그렇게 말하는 최 선생의 어조에서는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절로 묻어났다. 이후 조 씨를 브라운관에서 보면 선생의 이야기가 생각나 그의 커다란 체구를 눈여겨봤다.  조 씨 자신도 가끔 TV 토크쇼 등에서 술을 잘 먹고 힘이 좋다는 자랑을 했다.

 

몇 달 전에 출연한 한 프로그램에서는 “제주도에 갔다가 아침에 해장하러 간 집에서 가볍게 맥주 1병으로 시작한 술이 결국 소주 52병이 됐다”고 말해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배우 조형기 씨는 “형님(조경환)이 사극에 자주 출연하셨는데,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함께 출연하는 말(馬)이 형님만 보면 뒷발질을 치더라”고 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형님’ 조 씨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조 씨가 그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몇 달도 안 돼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간암.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암이 깊어져 있어서 요양원에서의 치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타계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는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최불암 선생은 "조경환은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였다. 선배인 나보다 먼저 간 후배를 탓하게 됐다"고 비통한 마음을 표현했다. 주현 씨는 조문을 하기 위해 찾은 상가에서 "올 봄에도 만나서 '네가 잘 마시냐, 내가 잘 마시냐' 며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너무 갑작스럽다. 술친구였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씨를 평소 알고 지내지 않았음에도 그의 타계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가 인상적인 역할을 한 ‘수사반장’ ‘호랑이 선생님’ 등의 프로그램을 보며 성장했기 때문에 가까운 이처럼 여겨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40대에 상처를 하고 20여년 넘게 홀로 딸자식을 키워왔다고 한다. 애틋한 마음이 든다. 남모르는 고독을 술로 달랬던 것일까. 향년 67세. 정말 아까운 나이다. 건장한 체구를 자랑했던 그가 간암으로 쓰러진 것을 보면, ‘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조 씨가 타계하기 직전에 출연했던 토크쇼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면, 그가 “술을 함부로 먹지 말고 절제 있는 주도(酒道)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알 수 있다. 애주가인 자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것을 예감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가 투병 생활을 오래 했으면, 코미디언이었던 고 이주일씨가 폐암 투병기에 금연 캠페인을 했던 금주 운동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호방한 성품이라서 금주 운동까지는 하지 않았더라도 그를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절주를 당부했을 것은 분명하다. 

 

 

 

 술친구를 오래 만나려면 술을 절제해야

 

조 씨의 경우에서 극명하게 알 수 있지만, 간질환은 환자가 잘 자각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증상을 느낄 땐 간이 심각하게 손상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간이 인체의 장기 중에서 가장 바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전문의들은 보통 사람이 다음과 같은 느낌을 받으면 한 번 쯤 간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신이 나른하고 자주 피로하다. ▲ 식욕이 없고 메스꺼운 느낌이 잦다.▲양치질 때 구역질이 자주 난다. ▲눈이 쉬 피로하고 시력이 떨어진다. ▲설사, 변비가 잦고 복부 팽만감이 심해진다. 지극히 상식적인 조언이지만, 금과옥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한 번 손상된 간은 회복되기가 무척 어려운 탓이다. 

 

중년 남자들이 건강 검진에서 흔히 듣는 말이 지방간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을 대수롭게 넘기지 말고 바로 음식조절을 하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은 몸에 지방을 축적시키는 성분인 만큼 밥, 빵, 떡, 과자류 등을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액상과당이 많이 들어 있는 청량음료를 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음주량부터 줄여야 한다. 간이 해독할 수 있는 해독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하루 최고치가 약 160g이다. 전문의들은 하루 80g 이상의 알코올을 마시면 지방간을 포함한 각종 간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말한다. 지방간 신호가 포착되면 금주하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음주량을 하루 1~2잔으로 제한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다면 반드시 3일 이상 금주해서 간을 쉬게 해 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술을 즐기는 처지에서 보면, 금주를 하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 무척 두렵다. ‘이세상’ ‘꿈세상’ 못지 않게 ‘술세상’도 소중하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술잔을 앞에 놓고 흥겹게 어울리는 재미가 없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허물없는 술친구는 어느 사람보다도 귀하다. 이런 술친구를 오래 만나려면 술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진실이다. 간에 술을 들이밀었으면 반드시 쉬게 해 줄 것. 한꺼번에 많이 부어서 간을 힘들게 하지 말 것. 이것을 받아들일 때 술세상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글 /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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