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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남성 암 질환 1위, 위암에서 대장암으로






수십 년째 부동의 남성 1위 암이던 위암을 사상 처음으로 올해 대장암이 추월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립암센터가 국가 암 등록사업의 1999∼2013년 암 발생기록과 통계청의 1993∼2014년 암 사망률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부터 남성암의 ‘대장’이 대장암이 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결과(한국의 2016년 암 발생과 사망률 예측, Prediction of Cancer Incidence and Mortality in Korea, 2016)는 저명 국제 학술지인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근호에 소개됐다.


국립암센터는 올해 남성의 신규 암 발생 부위는 대장ㆍ위ㆍ폐ㆍ간ㆍ갑상선 순서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대장암 진단을 받는 남성은 2만3406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에서 수십 년째 남성 1위 암이던 위암(2만3355명)을 넘어 대장암이 남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 된다는 의미다. 여성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대장암 환자수(올해 1만4562명 예상)가 위암 환자수(1만976명 예상)보다 많다. 금년에 여성의 암 발생 부위는 갑상선ㆍ유방ㆍ대장ㆍ위ㆍ폐 순(順)일 것으로 암센터는 예측됐다.





몇 년 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세계 184개국의 순위를 매긴 ‘세계 대장암 발병현황’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4위였다. 이 조사에서(2008년 통계 기준)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6.92명으로 슬로바키아(60.62명)ㆍ헝가리(56.39명)ㆍ체코(54.39명) 다음이었다. 아시아 남성 가운데에선 단연 1위였고 ‘대장암 왕국’으로 알려진 미국을 앞질렀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장암 발생률은 남성만큼 높진 않았지만 10만 명당 25.64명으로 184개국 중 19번째였다. 최근 국립암센터가 예측한 인구 10만 명당 대장암 발생률을 보면 대장암이 ‘대세’임이 느껴진다. 10만명당 남성은 59.6명, 여성은 30.5명이 올해 대장암 진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표적인 서구형 암인 대장암 발생률이 한국 남성에서 급증한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ㆍ과도한 업무 스트레스ㆍ음주ㆍ흡연 탓으로 풀이된다. 대장암을 우려하는 남성에게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적절한 체중 유지, 충분한 과일ㆍ채소 섭취 등을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대장암(대장 용종)을 조기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다 할 증상이 없는 대장암 저(低) 위험 남성이라도 50세 이후부터는 매 5∼10년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여성의 대장암 발생률도 해마다 늘고 있다. 대장암이 위암을 제친 지 여성에선 꽤 됐다. 올해 새롭게 대장암에 걸리는 여성은 1만4562명으로, 위암(1만976명)보다 3500명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성 대장암 환자가 증가한 것은 과거보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늘어났고 이들이 회식 등에 참여해 육류ㆍ술을 즐기는 횟수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생긴다. 이 물질은 숙취의 주범일 뿐 아니라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류를 굽고 가열하는 과정에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긴다. 이 물질이 대장암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 여성이 비만하면 몸에 염증성 물질이 생기고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에도 영향을 미쳐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여성의 조기 대장암 검진이 보편화된 것도 여성 대장암 환자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직장 건강검진 등을 통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대장 내시경을 받는 여성이 늘었다. 심지어는 젊은 층에서도 대장암의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고령자에게 흔한 암으로 통하는 대장암과 대장선종(대장암 전 단계)이 10∼30대에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층에선  ‘성장이 빠른’ 대장암의 발생 가능성이 41세 이상 연령층에 비해 확실히 높다. 젊어서 대장암에 걸리면 결과가 더 나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장암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인식되던 10∼30대라도 대장암 고(高)위험 집단에 속한다면 자신의 대장 건강 상태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젊은 층의 대장암 발생 원인은 노년층과 다르다. 대장선종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속도도 빠르다. 평소 운동이 부족하거나 비만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지내거나 회식자리가 잦다면 50세 이전이라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일부 대장용종(폴립, 사마귀)이나 대장선종을 오래 방치하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장선종은 대장암의 전(前) 단계로 대장암의 ‘씨앗’으로 통한다. 대략 10년에 걸쳐 대장선종에서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ㆍ대장선종의 발생 원인으론  유전적 요인ㆍ음주ㆍ흡연ㆍ비만ㆍ운동 부족ㆍ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대장선종이 발견되면 적극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대장암 예방을 돕는 식품이 있다. 고등어ㆍ꽁치ㆍ정어리ㆍ참치 등 등 푸른 생선이다. 이런 식품에 풍부한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이 고마운 성분이다. 대장암 예방에 이로운 지방이라고 해서 무한정 먹으라는 말은 아니다. 오메가-3 지방도 과다 섭취하면 하루 총 섭취 열량을 늘려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물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대장 점액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장암 예방법이다. 대장의 점막엔 끈적끈적한 점액이 있다. 점액에 끈기를 부여하는 물질이 뮤신(mucin)이다. 대장암에 걸리면 대장의 점액량이 줄어든다.


대장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지방은 가급적 적게 섭취해야 한다. 지방이 담즙산의 분비를 증가시켜 대장 점막을 자극해서다. 지방은 장내 세균에 의해 발암물질로 바뀔 수도 있다. 특히 트랜스 지방은 피해야 한다. 2004년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이 많이 든 음식을 즐겨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트랜스 지방은 마가린ㆍ쇼트닝 등 경화유, 팝콘ㆍ감자튀김ㆍ도넛 등 튀김 음식에 많이 들어 있다.



글 / 박태균 심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