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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나눔&봉사

슬로시티 청산도에서 '느림의 미학'에 취하다....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인정 받았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옛 모습을 간직한 섬이다.
   ‘청산(靑山)’이란 이름처럼 하늘도, 바다도, 들판도 푸른 이 섬의 속살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무조건 걷는 것

    최고의 방법이다.

 

 

 

 

 


사실 1993년 영화‘서편제’를 통해 청산도의 황톳길과 돌담이 알려지면서 그 길을 걷고 싶어 몸살이 난 사람이 많았다.  언젠가 한번은 가보리라, 마음 한구석에 청산도를 품었던 사람들이 그 로망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청산도 걷기는 요즘 걷기축제가 열릴 만큼 최고의 걷기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더구나 작년 봄 이 섬에는 총 20.8㎞의 슬로길이 열렸다.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3개 코스로 구분되는
데, 굳이 슬로길이라 부르지 않아도 걷다 보면 눈길 돌릴 곳이 많아 저절로 천천히 걷게 된다.

 

 

 섬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슬로길 핵심 코스는 1코스다.

 완도에서 40여 분 배를 타고 오는 길, 여객선 안에서 파는 맛있는 라면을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면 어느새 청산도가 저 앞에 나타난다. 야트막한 산세에 유채와 청보리가 어우러지고, 산비탈에 따라 펼쳐진 다랭이논은 멀리서도 한 폭의 유채화를 보는 듯 선명하고 푸근하게 다가온다.

 

 ‘靑山島’라 쓰여있는 기념탑이 서있는 도청항에서 내려 슬로길 푯말을 따라가면 첫번째 만나는 소박한 마을이 도락리다.

 이 마을의 골목 담벼락에는 이곳 주민들의 옛날 사진들이 걸려 있어 어느새 섬 마을의 역사와 정겨운 인심을 느낄 수 있다. 파란 벽이 인상적인 어느 집 외양간에서는 중소 한 마리가 인사를 건내는 듯 연신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세우고 있다.

 

 

 


 도락리를 벗어나면 멋진 해안을 따라 해송이 일렬로 소나무길이 이어지고 슬로길 이정표는 왼쪽 언덕 길로 향해 있다. 유채꽃과 청보리, 마늘밭이 어우러진 색의 향연에 가파른 언덕길이지만 조금도 힘든 줄 모른다.

 

 언덕에 올라서면 바로 그 유명한 서편제 길이다.

 영화 속 유봉 일가가 진도아리랑 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췄던 그 길이 아직 그대로다. 영화 속 장면이 생각나 덩실덩실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지만 서편제 촬영 이후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길도 적지 않은 곡절을 겪었다.

 처음엔 흙길이었는데 장마가 되면 질퍽해지자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시멘트 길로 바뀌었고, 이후 영화팬들이 ‘어떻게이 길을 포장할 수 있냐’ 고 항의해 시멘트를 벗겨냈다.  

 다시 주민들의 요청으로 비싼 황토포장 길이 새로 깔렸다.


 

 돌담길을 지나면 드라마‘봄의 왈츠’세트장이 우뚝하다.

하얀색 예쁜건물은 이제 당리 언덕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세트장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전경과 어우러진 해안 풍경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정말 아깝다.

 

 

 

 세트장을 지나 계속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숲길이 이어지고 화랑포 입구 사거리에 다다르게 된다.

 화랑포에서는 일몰이 장관이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사거리에는 이 섬의 오랜 풍습인 초분이 전시되어 있다. 초분은 산비탈과 밭 사이사이에 짚으로 이엉을 씌운
무덤으로, 섬사람들은 부모가 죽으면 초분에 모셨다가 2~3년 지나 이장을 했다고 하는데 번거로워 지금은 거의 없어진 풍습이다.

 다시 바다와 나란히 걸으면 새땅끝을 지나 화랑포 사거리로 돌아오게 되고, 오른쪽 해안절벽길을 따라 가면 도청항으로 돌아가는 길과 당리 갯돌밭으로 이어지는 2코스 갈림길이 나타난다.

 

 

 2코스의 명물은 범바위다.

 보적산 8부 능선에 자리잡은 범바위는 20㎞ 슬로길 구간 중 가장 힘든 코스이지만 그 수고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범바위에는 재미난 전설이 하나 전해진다.

 청산도에 살던 호랑이가 자신이 울부짖는 소리가 범바위에 부딪히면서 더욱 크게 울려퍼지자 더 크고 힘센 호랑이가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겁을 집어먹고 섬 밖으로 내뺐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청계리에서부터 시작되는 3코스에서는 상서리 돌담길이 유명하다.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굽이굽이 쉼없이 이어진 돌담길을 걷다보면 누구라도 옛 추억의 아련함에 젖어들곤 한다. 걷는 길에 자주 마주치는 다랭이논과 구들장논도 빼놓을 수 없는 반농반어촌인 청산도의 상징이다.

 논이 부족한 섬사람들은 산을 깎고 다듬어 다랭이논을 만들었고, 한 줌 흙마저 아껴 구들을 깔 듯 바닥에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쌓아 구들장논을 만들었다.

 

 섬사람들의 애환과 고단한 삶이 묻어나는 풍경이지만 뭍에서 온 이들의 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아름답게만 비쳐지고 있다.

 

 

 

   찾 아 가 기 |    
 ▶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에서 나와 해남이나 강진을 거쳐 완도까지 간 후 완도 연안여객선 터미널(061-552-0116)에서

     청산도행 배를 타면 된다. 호남고속도로에서는 광산나들목을 빠져나와 나주~영암~해남을 거쳐 완도로 갈 수 있다.
 ▶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는 서울 강남센트럴 터미널과 광주 유스퀘어 종합터미널에서 완도행 버스를 타면 된다.
 ▶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는 청산도행 배가 하루 4~5회씩 운행되는데 계절과 일기 변화에 따라 운행시간이 자주 바뀌므로 미리

     출항시간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청산도까지 40여 분 걸리며 승용차도 싣고 갈 수 있다.

 

 

 

 

글, 사진 /  유인근 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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