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절정기 8월 첫번째 주말 아침. 여기는 서울 마포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마당이다. 일찍부터 수상한 사람 여럿이 여기저기 분주히 움직이며 피서길을 나서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런데 그들이 준비하는 피서용품들도 수상하다. 봉고차에 차곡차곡 가득찬 저것들이 다 뭘까? 혈우환우들과 한여름 열기를 날려버린 건강보험공단 밴드 '건이강이' |
아무래도 악기인 듯한테 피서용품 대신에 악기를 가득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
출발인원은 9명.
오늘 하루 여행을 위해 빌려온 봉고차와 리더의 일방적인 명령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몰고 온 구 대리의 승용차에 나눠탔다.
“오늘 노래할 사람들 같이 타서 입 좀 맞춰~” 좌석 배치까지 리더의 명령이 이어진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로 구성된 직장인 밴드 '건이강이'에 멤버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 특별한 피서를 계획중이다. 바로 서해안 만리포해수욕장.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떤 명령이라도 이의가 없다.
서울에서 세 시간 남짓 걸린 만리포 해수욕장.
해변에선 물놀이가 한창이지만 직원들이 먼저 찾은 곳은 혈우병환우회모임인 한국코헴회 여름캠프가 열리는 현장이다.
한국코헴회(http://www.kohem.net)는 혈우환우 모임이다.
혈우병 환자는 출혈이 생겼을 때 응고가 잘 되지 않아 계속적인 출혈로 이어지며, 잦은 출혈로 인하여 출혈부위가 악화되어 장애로 이어질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위협을 받을 수 있어 평생 응고인자를 투여받아야 한단다.
평생 같이 가야 할, 친구처럼 지내야 할 질병이기에 조심만 하면서 소극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만은 없는 것.
그래서 이들은 한국코헴회를 통해 자가 관리방법도 공유를 하고 이렇게 여름캠프를 통해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키우고 질병 극복의 의지를 키우고 있다. 평생 혈액응고제를 달고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건강보험은 필수일 터. 그들의 의지와 노력에 힘을 실어주기위해 직원들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매일매일 일상생활에 허덕이지만 오늘은 화려한(?) '건이강이 밴드로 변신을 한다.
평범하디 평범한 직장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오늘만큼은 평범함을 벗어내고 7년 차 직장인 밴드의 실력을 과감하게 보여줘야 한다. 벌써 한 달 전부터 연습을 시작해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업무와 생활의 굴레에 엮이다보니 모든 멤버가 한시간에 모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차에서라도 연습하라는 리더의 명령에 아무도 이의제기를 못하는 것.
더군다나 오늘은 세컨 드러머 박 과장과 음향 엔지니어 구 대리가 보컬로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날이다.
만리포에 도착한 시간은 태양이 작렬하는 오후 2시. 멤버들은 무대를 둘러보고 악기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드럼 셋팅이 오늘은 좀 수월하다. 박 과장과 리더인 권 과장과 같이 하기때문이다. 구 대리는 엔지니어의 습성을 못 버리고 이리저리 음을 맞춰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메인보컬인 최 과장은 무대 모니터가 이상이 없는지 체크하고 있다.
악기 세팅이 끝나자 바로 리허설. 연습은 많이 못했지만 7년 차 직장인 밴드의 실력이 조금씩 나온다.
실력발휘도 실력발휘지만 무엇보다 환우들의 축제가 빛을 발하도록 흥을 돋구어 줘야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다.
알고보면 '건이강이'는 그동안 많은 곳을 찾아 다녔다. 마음의 건강이 필요한 곳, 즐거움이 필요한 곳-장애우 시설, 장기입원환자가 있는 병원, 노인 시설, 노인들이 많이 사는 시골마을 등...
음악이 있기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함께하기가 쉽다.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다.
그런 것을 잘 알고있는 건이강이 밴드는 실전에 강하다. 그들이 함께하면 더 기운이 나서 무대에 서면 신이나고 연주도 더 잘 된다. 그래서 연습이 부족해도 은근한 자신감을 가지기도 한다.
오늘은 환우들에게 나눠준 노래가사가 힘을 발휘했다. 멀리서 지켜보기만하던 이들도 노래를 따라하면서 환호를 한다.
박 과장과 구 대리도 역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은 처음임에도 객석으로 나아가 환우에게 마이크도 대주고 노래도 같이부르고 능숙하게 흥을 돋구고 있다.
또 언제나 그렇듯 나눔이란 일방적이 될 수가 없다.
그들을 위해 연주한 음악들은 훈훈한 정의 메아리로 돌아와 멤버의 마음을 채워준다. 그래서 건이강이 밴드는 시원한 바닷가의 피서보다, 숲속의 피서보다 이들과 함께한 여름밤을 더 소중한 피서로 생각한다.
처음 만나는 코헴회 환우였지만 멤버들은 이제 '만리포' 하면 한 여름밤의 추억, 혈우환우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국코헴회 환우 여러분~ 우리가 항상 응원할게요~" 란 메시지를 떠올리며...??
(공연 동영상)
글 박정미 /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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