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자리에서 방귀가 나와 민망했거나 나오는 방귀를 참느라 고생했던 기억은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특히 차안, 엘리베이터 등 밀폐된 공간에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했을 경우엔 그보다 더 난감한 일은 없다. 방귀가 자주 나오거나, 방귀 냄새가 남들보다 유독 심하다면 혹시 내가 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때가 많다. 방귀와 건강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보자. |
방귀는 왜 생길까?
방귀는 사실 불필요한 체내 가스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자연스런 생리 현상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쉬다가 또는 밥을 먹으면서 바깥에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고, 또 먹은 음식이 소화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만들어지고가스는트림을통해서또는방귀를통해서다시나간다.
하루에 평균 13번 가량 뀌는 방귀의 양은 적게는 200㎖에서 많게는 1,500㎖에 이른다. 또 평소에도 소장과 대장엔 200㎖ 정도의 가스가 항상 들어 있어 장벽을 통해 혈관에 흡수돼 트림이나 숨 쉴 때 몸밖으로 빠져나간다. 일부는 간에 흡수돼 소변으로 배출되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가스는 대장에서 발생된다. 소장에서 미처 흡수되지 않고 내려온 음식물이 대장 내에 살고 있는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가스가 생기는 것. 가스는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가스 등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방귀는 섭취한 음식물이 소장에서 미처 흡수가 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와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물을 섭취할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발효가스가 만들어진다.
방귀 소리가 크면 장 질환
방귀 소리가 유달리 크게 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항문을 조여주는 괄약근과 가스의 양과 상관이 있다. 괄약근이 항문을 꽉 조여주고 있는 상태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 가스가 한꺼번에 배출되다보니 항문 주변의 피부가 떨리기 때문이다.
방귀 소리는 악기에 비유할 수 있는데 가스의 양이 많거나 밀어내는 힘이 유난히 셀 때, 혹은 같은 양에 같은 힘을 주었다면 배출되는 통로가 좁을수록 소리가 크게 난다. 예를 들면 치질로 인해 통로가 부분적으로 막혔을 경우 소리가 더 크다. 이러한 특정 항문 질환이 없으면서 방귀 소리가 큰 것은 가스양이 많거나 힘을 주어 압력이 높아서이지 장 건강과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방귀와 함께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불규칙한 배변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대장 질환을 알리는 신호음일 수도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대장암 등 소화기에 종양이 생겨 대장이 막혔거나 대장 형태가 변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이때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은 방귀 냄새가 거의 안 나지만 어떤 사람은 냄새가 고약한 이유는 뭘까? 장 속의 가스는 대부분 수소, 메탄가스,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 무색무취의 기체이다. 대장 내에서 발효되는 가스 중 메탄가스 성분은 음식물 속에 포함돼 있는 성분 중 하나인황과 결합을 하는데 황을 포함한 가스가 많을수록 방귀 냄새는 고약하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식품의 경우 아미노산 성분이 분해되면서 질소와 황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고약한 냄새의 주범이 된다. 흔히 계란 방귀가 냄새가 지독하다고 하는데 계란 흰자에 단백질이 많기 때문이다.상대적으로 탄수화물의 발효에 의한 가스는 큰 소리를 동반하지만 냄새는 별로 고약하지 않다.
음식 선택으로 방귀 줄여
음식 종류만 잘 선택해도 방귀 걱정은 사라질 수 있다. 껌이나 캔디는공기를 자꾸 들이마시게 돼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므로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가스가 포함된 탄산음료도 마찬가지.
소화가 안 되는 음식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밀, 귀리, 감자, 콩 종류, 옥수수나 식품으로 만들어진 가루 음식은 잘 흡수되지 않는 음식물이다. 흔히 식품의 첨가제로 사용되는 설탕류나 섬유소도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간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드링크류에 들어있는 과당이나 저칼로리 감미료(솔비톨, 펙틴, 헤미셀룰로스)도 마찬가지다.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뱃속에 가스가 많이 차서 방귀를 자주 뀌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체질적으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거나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음식물들은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 양파, 샐러리, 당근, 양배추, 건포도, 바나나, 살구, 자두, 감귤, 사과 등이 있다. 요구르트에는 유당분해효소를 분비하는 유산균이 들어 있으므로 섭취해도 별 문제가 없다. 이처럼 방귀때문에 고생한다면 한번쯤 이러한 음식물 섭취를 줄이면 방귀의 양을줄일 수 있다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 기자 / 일러스트_주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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