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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수줍음도 과하면 '병'

 

 

 

 

 

 

  수줍음으로 나타나는 증상등

 

 수줍음은 타인과 마주 대했을 때 긴장ㆍ불안ㆍ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를 가리킨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수줍음을 탄다. 그런데 수줍음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3% 이상이다.  이들 중 수줍음이 거의 병적인 수준인 사람은 5%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수줍음은 당사자에게 큰 고민거리가 된다.

 본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을 제한하고 행동에도 많은 제약을 미친다. 사랑ㆍ일ㆍ놀이ㆍ우정을 나누는데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타인과 함께 지내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선호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도 별 불편없이 행동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사교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수줍음을 타는 부류는 아니다. 지나친 불안ㆍ근심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거나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수줍음이 문제이다.

 

 수줍음을 심하게 타는 사람이라 해도 늘 불안해하고 근심을 안고 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낯이 두꺼운’ 사람보다 오히려 더 활발하게 자신을 노출시키려 든다. 이는 일반적인 수줍음과는 다른, 변형된 수줍음이며 여성에게 더 흔하다.

 

 평소엔 수줍음을 잘 타지만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거나 이해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기 감정을 거의 무제한으로 털어놓는 여성이 여기 속한다. 수줍음이 심하지만 학교에선 거친 행동으로 또래들을 괴롭히며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은 단지 강한 척 허세를 부리는 것일 뿐이다.

 

 수줍음을 잘 타는 사람은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이들은 대중의 시선을 받는 것을 힘들어한다. 당연히 면접시험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수줍음의 증상은 대개 유별난 감정ㆍ사고ㆍ행동으로 표출된다. 불안ㆍ긴장ㆍ초조 등 감정의 혼란을 흔히 경험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 일쑤다. 얼굴에 홍조를 띠거나 배탈ㆍ입마름ㆍ가슴 두근거림ㆍ배뇨감 심지어는 현기증까지 느낀다.   또 이같은 신체적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 표출됐다는 ‘수치감’ 탓에 보통은 입이 더 바싹 타고 심장의 고동소리가 더 빨라진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수줍음을 잘 타는 사람은 인간 관계에서 지나치게 자기를 의식한다. 대부분은 자기 비하로 빠진다.

  대화에 참여하기 보다는 혼자 중얼거리기를 즐기는 것은 이래서다.  “나는 왜 재치있게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저 사람은 나를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해.”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도 이런 생각들이 자주 머리에 떠올라 주의가 산만해지고 대화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말수가 적다’는 것도 수줍음의 흔한 증상 가운데 하나다. 

  대화할 때도 되도록 논쟁을 피하고 자신의 의견을 강력히 표현하기를 꺼려 과묵해 보이기도 한다. 회의실ㆍ세미나실에서도 가능한 뒷자리에 앉으려 든다. 앞자리로 온 경우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 않으려 애 쓰는 사람도 많다.

 

 

 

 

  수줍음, 주로 유아기 또는 사춘기부터 시작 돼..

 

 수줍음을 타는 성인의 절반은 아주 어릴 때 (유아기)부터, 나머지 절반은 10세 이후나 사춘기부터 수줍음을 타기 시작한다.

 

 아이가 수줍음을 타면 원인은 대개 그의 유전자에서 발견된다.

 이런 아이는 선천적으로 수줍음을 잘 타는 아이로 태어난다. 이들처럼 선천적, 유전적으로 수줍음을 타는 경우라도  치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릴 때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돌봐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수줍음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한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유전적으로는 같은 사람인 일란성 쌍둥이가 유전자의 50%만을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서로 수줍음을 공유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명이 수줍음을 타면 다른 한명도 거의 예외없이 수줍음을 잘 탄다. 설사 이들이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둘다 수줍음을 타거나 둘다 수줍음을 타지 않는다.

 

  또 낯 가리는 아이가 낯선 사람을 보면 수줍음ㆍ두려움을 느끼고 심지어는 심장박동수까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도 수줍음이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와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사춘기 청소년을 괴롭히는 후천적 수줍음은 10-14세 사이,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갈 때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수줍음의 원인은 대부분 자신의 변화에 대해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10세 이후에 시작된 후천적 수줍음의 경우 10명 중 6명은 성인이 되면서 자신의 힘으로 수줍음이란 ‘족쇄’를 푼다.  이처럼 후천적 수줍음은 자연 치유되거나 단기간에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극복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사춘기에 자주 이사ㆍ전학을 경험하면 또래들과의 관계 설정이 힘들어져 계속 수줍음 타는 아이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교적인 태도와 사교술은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서 가장 쉽게 익힐 수 있어서다.  만약 이 무렵 주변 사람들이 수줍음 타는 청소년을 놀리거나 당황하게 하면 문제는 더 꼬인다. 반대로 너무 무심하게 대해도 수줍음을 내밀화한다.

 

 

 

 

  수줍음도 과하면 '병'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부끄러워하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사회생활과 건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결혼 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테네시대학 연구팀은 “수줍음이 많은 사람은 신혼 때도 배우자와 다툼이 잦았고 전반적으로 결혼에 대한 만족도가 더 낮았다”고 발표했다. -‘성격과 사회심리학 회보(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010년5월호.-

 

 또 수줍음이 많고 비사교적ㆍ내성적인 남성은 심장병ㆍ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역학연보’(Annals of Epidemiology) 2007년 7월호에 실린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년 남성 2000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성적 남성은 외향적인 남성보다 심장병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수줍음이 많거나 비사교적인 남성은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심장의 원활한 작동을 조절하는 뇌의 영역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수줍음을 극복하는 것은 당사자의 노력이 최선이겠지만 특별한 호르몬으로 극복한 사례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은 2007년 수줍음이 심한 120명의 환자들에게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 30분 전에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을 스프레이로 투여해 이들의 수줍음을 극복시켰다고 발표했다.

 

  참고로 옥시토신은 뱃속의 태아가 나올 즈음에 산모에게 통증을 유발해 분만을 촉진하거나 모유를 먹일 때 산모와 아이간의 안정감ㆍ애착심 형성에 중요한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임산부에게서 옥시토신의 양이 적으면 산후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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