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심심하면 혼자 하던 놀이가 있었습니다. 일명‘길 잃어버리기’놀이입니다. 방법은 무지 간단합니다.
 무작정 집을 나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을 가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낯선 곳이라 해도 결국 부처님 손 바닥
 이 었겠지만 그 시절에는 매번 설레고 가슴이 조마조마한 일이었습니다. 마치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탐험가가
 된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요. 엄밀히 이야기하면 그 놀이는 매번 실패로 끝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 번도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으니까요.  길을 잃을 뻔한 적이 있었지만 조금 헤매다가 이내 길을 찾았고, 정 모르면 사람들
 에게 물어보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길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점점 더 멀리 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길이 과연 나의 길인가?

이제 내비게이션이 없는 차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도를 보랴 운전하랴 고생하며 원하는 곳을 찾아가던 예전과 비교하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모르는 길을 가더라도 불안할 필요가 없습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해줍니다. 물론 때로는 내비게이션 때문에 엉뚱한 길을 가기도 하고, 아주 빠른 길을 두고도 먼 길을 돌아가는 일도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다면 어떨까요? 잘 모르는 길에서는 매우 당황할 것입니다. 지도책을 버린 지 오래고, 기계문명에 의존하다보니 본능적 방향감각 역시 많이 퇴화된 데다가 길을 물어보는 것도 서툴러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여정도 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길도 있지만 인생의 많은 순간에 우리는 잘 모르는 새로운 길로 가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안내해주고, 휴게소나 주유소가 어디인지 알려주고, 과속에 대해 경고음을 울려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우리는 인생의 길을 안내해줄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야 길을 잃어 버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인생을 살면서 내비게이션은커녕 제대로 된 지도나 나침반을 만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자주 자신이 걷는 길이 막다른 길은 아닐지,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불안과 혼란스러움에 빠집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다 가는 길로 가게 되거나 혹은 발을 떼지 못하고 마냥 고민만 빠져 있을 때도 많습니다.




생명은 길을 잃지 않는다

강물이 막히더라도 강은 길을 잃지 않습니다. 물길을 만들어 돌아서 갈뿐입니다. 인체의 혈관이 막히더라도 피의 순환은 멈추지 않습니다. 몸은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서 측부순환collateral circulation이 이루어집니다. 즉, 생명이란 강물처럼 길이 막히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고, 철새처럼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본능이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브라질 동해안에 사는 녹색바다거북은 또 어떻고요? 이 거북은 산란기가 되면 멀리 떨어진 대서양의 섬까지 가서 산란을 하고 돌아오는데 놀라운 것은 1주일 뒤 부화한 새끼들이 정확히 엄마거북이 있는 해변으로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결국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그것은 생명이란 그 여정에 대한 고도의 정보가 이미 생명체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즉, 생명은 가장 최고의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길, 이 길로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남의 것이다. 나는 거친 약도 위에 스스로 얻은
  세부 사항으로 내 지도를 만들어 갈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비야의‘중국 견문록’ 중에서



마음이 담긴 길을 가라

인간 역시 생명입니다. 흔히들 가장 고도의 생명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도 인생의 방향장치가 이미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이 막히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능력 역시 우리 안에 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그 감각과 능력을 잃어가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는 밖에서 정확한 지도나 나침반 혹은 내비게이션만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기나 긴 인생길을 지혜롭게 걸어갈 수 있을까요?


The purpose of education is to learn to think for yourself.

(자기의 생각과 주관을 갖고 독립심을 기르는 것,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첫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당신의 가슴이 시키는 일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들어보는 것입니다. 자신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길을 잃지 않습니다. 계속 묻는다면 삶은 답을 전해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계속 묻지 않았다는 것이며, 자신의 내면에 계속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본질적 의미에서 인생의 여정은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확실한 지도를 습득할 때까지 무작정 삶을 보류할 것이 아니라 거친 약도를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지고 뚜렷해집니다. 확실성이란 머리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 혹은 자신보다 더 뒤에 오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우리는 그 경험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사람은 모든 것을 꼭 경험해야만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맞게 재적용하는것이 꼭 필요합니다.

넷째, 길동무가 필요합니다. 마라톤에는 흔히 페이스메이커가 있습니다. 페이스를 조절하도록 옆에서 적절한 속도로 달려주고, 지쳐 있을 때는 희망과 격려를 함으로써 완주로 이끌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인생은 100m 단거리 달리기도 아니고, 혼자 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 긴 코스를 함께 달릴 페이스메이커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언젠가는 당신 역시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때 삶은 더욱 빛이 납니다.


‘이 길에 내 마음이 담겨 있는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인생의 질문입니다.

                                                                                문요한/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정신과 전문의 /건강보험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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