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갔을 때다. 공항을 가로지르다 우연히 흡연실 내부를 보게 됐는데, 한쪽 벽에 혐오스러운 그림이 빼곡했다. 흡연의 폐해를 나타낸 것들이다. 담배갑 상단에도 그런 사진이 붙어있었다. 한 말레이시아인 친구는 담배를 사려다가도 그림이 보이니까 덜 사게 된다. 담배를 피면서도 내가 큰 죄를 짓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참 앞서가는 나라구나 싶었다. 시각적 효과가 주는 금연 효과가 톡톡히 발휘되는 기분이 들었다.





찮게, 비싸게, 혐오스럽게. 정부의 금연정책은 이 세 마디로 표현된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1223일부터 반출되는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면서 세 정책이 모두 완료됐다. 담뱃갑 포장지의 앞면, 뒷면의 상단에 경고그림·경고문구를, 옆면에 경고문구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건 지난해였다. 2002년 첫 발의 이후 13년 만이다. 그동안 11차례 발의가 있었지만 담배업계 반발과 국민 공감대 확보에 실패해 번번이 무산됐다. 이제 담배 제조사는 담뱃갑 앞뒷면 면적의 50% 이상을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로 채워야 한다. 경고그림은 전체 면적의 최소 30% 이상을 차지해야 하고,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물론 지난해 1월부터 모든 음식점 금연구역화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통해 강도 높은 금연정책이 시행중이긴 했다. 그러나 한동안 흡연율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오르는 추세라는 게 보건업계의 설명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충격효과는 완화되고 4500원이라는 가격에 익숙해지는 한편, 대형 음식점에서 종이컵을 가져다 놓고 피는 담배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형국이다. 새벽 1시쯤 종로나 강남, 이태원을 가보면 여전히 흡연족이 길가에서, 창가에서,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담뱃갑 경고그림의 효과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특히 폐암, 치아 변색, 임산부 간접흡연 피해 등이 그림으로 삽입될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부안을 보니가 이러한 적나라한 흡연 폐해를 담은 사진이 담뱃갑에 그대로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77개국이 흡연 경고그림을 시행 중이다. 특히 캐나다는 경고그림 도입 6년 만에 흡연율이 6% 포인트나 낮아졌다. 모두가 시각적인 자극이 주는 각인 효과 덕이다. 사실 담뱃값 인상보다 먼저 도입했어야 할 정책이다. 이 기회에 금연해보시는 건 어떨지. 자녀와 친구, 직장동료 보는 앞에서 암에 걸린 폐 사진을 펼쳐 보이고 싶지 않다면.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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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은 정부가 국내에서 첫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를 발표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이후 확진 환자가 186명으로 늘고 이 가운데 38명이 사망하면서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특유의 병문안 문화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지까지 메르스 사태는 고스란히 보여줬다.





메르스가 가라앉은 뒤 지난해 11월 보건당국은 병문안 문화개선 선포식을 열고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안을 발표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직도 병원은 병문안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 데리고 오는 경우도 여전하다. 메르스 발병 1년을 맞아 함께 지켜야 할 병문안 기준을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지인이 아무 때나 병동으로 찾아가 만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병원이 보건당국의 병문안 기준 권고안에 따라 병문안 허용 시간대를 정해놓고 있다.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동일한 시간대에 병문안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은 전국 공통이다. 평일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주말이나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정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다. 의료진의 진료나 회진, 교대시간, 환자 식사시간 등을 피한 조치다. 지인의 병문안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시간대를 이용해야 한다.





단 환자들에게 감염성 질환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거나 스스로 주의 또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병문안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감기나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설사나 복통, 구토 등 급성 장 관련 감염이 있는 사람, 피부질환 증상이 있는 사람, 최근 감염성 질환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 해당 질환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어 스스로 병문안을 자제해야 한다.


또 임산부나 만 70세 이상 노약자, 만 12세 이하 아동,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어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 등은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병문안에 직접 나서지 않는 게 좋다. 친지나 동문회, 종교모임 등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방문하는 단체 병문안도 많은 병원에서 제한하고 있는 추세다.




병문안을 가는 사람은 병원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병원에서도 방문객이 손을 씻을 때 쓸 수 있도록 비누나 손 세정제를 비치해둬야 한다. 병문안 중 기침이 나올 때는 팔이나 수건, 휴지 등으로 입을 가리는 등 기본 예절 준수도 필수다. 꽃과 화분, 애완동물, 외부 음식물 등은 병문안 때 가져가면 안 된다.


병문안을 간 사람은 출입구나 입원실 병상 등에 비치된 기록지에 자신의 이름, 방문하는 병동과 입원실 번호, 환자 이름, 환자와의 관계, 방문 날짜 등 최소한의 정보를 적어야 한다. 이 정보는 혹시 메르스 같은 감염병 유행이 발생했을 때 빠른 역학조사를 시행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단 병원은 환자가 퇴원하면 병문안 기록을 퇴원일로부터 30일까지 보관한 뒤 파기해야 한다. 대다수 감염병이나 호흡기 질환의 잠복기가 30일 미만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환자를 찾는 일일 방문객이 아니라 병원을 상시 출입하는 간병인, 청소인력, 환자 이송인력, 식당 조리인력, 전산시스템 관리인력, 의료기관 사용물품 납품업자, 세탁물 처리업자,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에 대해서도 병원은 철저히 출입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개별 출입증을 교부하고 매번 출입할 때 이를 확인하는 식으로 최근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병문안 기준을 발표하면서 보건당국은 의료법 시행규칙에도 규정했다. 다만 의료기관과 환자 간 주의사항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위반하더라도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인 병문안 문화가 때로는 감염병 대응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 스스로 인식하고 병문안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 /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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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환자라면 이럴 때 있지 않을까? 병원에 자주 가고는 하는데 매번 어디가 아파서 갔는지 정확히 기억해 내기가 어렵다. 또 병원에 가기 전 미리미리 문자안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뒤늦게 후회할때도 생긴다. 그럼 병원입장에선 어떨까? 병원을 경영하면서 겪는 불편함은 없을까?


직원수는 정해져있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많다보니 환자들의 정보가 쉽게 관리되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는 경우도 있겠다.특히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진료내용이나 가격대가 다른 병원에 비해 어떤 해법을 찾을지도 고민이다. 환자와 병원입장에서 겪는 고충. 바로 이러한 고충을 보다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서비스가 있으니 바로 병원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다.




병원입장에선 환자 즉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병원을 찾는 이들의 불만과 요구, 만족 등을 분석하기만 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병원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담당하는 역할이 바로 병원 CRM인 것이다. 보통 병원에서는 수많은 환자의 정보를 관리해야 한다.





화자들의 진료내용, 엑스레이사진, 예약스케줄, 차트작성, 수납서비스 등 매일매일 방대한 자료가 쌓이고 쌓인다. 결국 이러한 빅데이터는 곧 병원 경영마케팅의 중요한 소스이자 수단이 될 수 있다. 병원 CRM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결산과 통계서비스를 활용해 간단하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병원은 손쉽게 방향설정을 하게된다. 결국 병원 CRM 서비스 책임자는 병원이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이 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최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3차 병원의 레벨차이는 분명하다. 때문에 병원 CRM의 적용도 각기 분명한 차이를 두고 적용해야 한다. 우선 1차 병원과 2차 병원의 경우에는 지역별 특성과 진료과목별 특성, 그리고 의료 진료수준에 따라 환자의 유치가 제각각이다. 따라서 각 클리닉 별로 홍보와 마케팅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외과는 치료를 중점적으로 내과는 예방을 중점적으로 서로다른 CRM을 적용하는 식이다. 반면 3차 병원은 환자들의 발길이 잦기 때문에 홍보나 마케팅의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고객만족도 제고 등의 인바운드 서비스관리 강화에 힘을써야 한다. 다만 준종합병원 이하의 일반병원에서는 고객정보를 관리하며 홍보나 마케팅에 사용해 수익을 높이고 고객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병원에서는 데이터 구축에 필요한 비용이 큰데다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




일반적인 기업 마케팅과 병원 마케팅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흔히 이야기 한다. 물론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고 불만을 해소시킨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중요한 차이는 기록에서 시작된다. 병원의 경우엔 전화가 걸려온 횟수나 내용, 이후의 사후조치 등을 모두 데이터로 입력해 병원에서의 환자 응대에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해진다. 이 같은 이유에 병원은 콜센터운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자 편의증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또 병원 인력구조를 설정할 때 전담제를 두어 보다 전문적인 역할분담을 하고 환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지역거점 병원일수록 CRM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자와의 유대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히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환자들의 입소문과 그로 인한 포지셔닝으로 병원 운영이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크게 3가지의 영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우선돼야 하겠다. 하나는 마케팅(경영학) 또 하나는 통계(분석 및 데이타마이닝 툴)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타베이스 (SQL, 데이타베이스의 구조 및 개념의 이해)의 지식의 조화다. 국내에서 활동중인 병원 CRM 전문가들은 매우 소수로 알려져있다.





이들 대부분 공학계열이나 통계학과 산업공학과 출신이 많으며 일부 병원의 경우엔 의료 전문의이면서 빅데이터 전문가가 병원 CRM을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병원 CRM은 일반 기업체와는 차이가 큰 만큼 의료적인 지식과 경험이 결국 병원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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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알파고, 인간과 기계의 세기의 대결'이라는 신문 헤드라인이 전국은 물론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바둑이라는 인간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인공지능(AI)이 이제는 사람의 영역을 대신해 보다 풍요로워 질 것이라며 흥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알파고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는 '범용 인공지능' 개발을 발표하며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다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면서 우려를 경계했지만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어 필자역시 기대 반 두려움 반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아직까지 인공지능은 여전히 인간들에게 여러모로 유용한 분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정밀함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의학분야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병원의 영상의학과는 CT나 MRI, 엑스레이 속에 숨어있는 작은 병을 찾는 분야이다. 알파고가 바둑의 기보입력으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물리쳤던 것처럼 수많은 의사들의 판독결과를 인공지능에 삽입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확률적으로 인간보다 더 정밀한 진단결과를 나타내지는 않을까? 이미 이러한 시도는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질병이 바로 파킨스병 환자 진단이다. 목소리에는 195개의 지표가 있는데 파킨스병 환자와 정상인의 목소리를 입력해 파킨스병 환자의 목소리에서 더 크게 나는 지표만 골라 진단을 하는 방법이다. 이때 무려 890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생기는데 이것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것이다. 어려운 분야중 하나인 뇌파를 분석하는 것 역시 인공지능이 시도하고 있는 분야다. 예를 들면 경도인지장에에서 치매로 진행될 확률을 계산해내는 통계분석 방법을 인공지능 기술이 대체하는 식이다.





재활분야 역시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좋은 분야로 꼽힌다. 한 국내 기업은 신경계, 근골격계 환자들이 재활 글러브를 착용한 상태에서 게임으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탑재한 솔루션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게임강도가 조절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적용된 사례다. 이 업체는 이미 미국 FDA 승인도 받고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이 헬스케어에서 각광을 뱓는 것은 곧 시간문제인 것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조만간 인공지능이 의료계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질병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덩달아 환자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면 의학분야의 접목은 그 어떤 분야보다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 의사들 역시 인공지능이 의사들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은 어느 정도 하고 있다. 기술적인 경험이 데이터로 쌓이고 정교한 기계로 오차 없는 수술을 할 수만 있다면 의사로봇도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다만 이때 의사로봇이 갖추기 힘든 것이 하나가 꼽히는데 바로 인문학적인 소양이다. 언뜻 보면 의학과 인문학이 동떨어진 개념 같지만 사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본질적인 의사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과연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기계는 데이터에 의해 확률적인 판단을 내린다. 결국 수많은 정보에 의해 계산되지만 인간은 계산하기 힘든 경험을 종합해 판단하고는 한다. 예를 들면 가난한 아이가 치료비가 없어 상처를 방치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면 어떨까?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역할을 생각해본다면 기계가 판단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 감정을 통해 의사는 치료를 서두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밝힌 대한의학회 한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수 십년 후 많은 의사활동 부분이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밖에 없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만이 인공지능과 비교되는 의사로 인정받을 것이다"라고. 의학이 곧 인문학이 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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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다 간 민족시인 윤동주. 올해 초 한 출판사에는 1955년 발행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그대로 복원하여 출판하였고, 더욱 와 닿는 그때 그 시절의 윤동주 감성을 재현하면서 베스트셀러(한국출판인회의 집계)에 올랐습니다.





일제강점기, 28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의 생을 다룬 영화 동주는 저예산 영화로 개봉 당일 개봉관 수는 370개 남짓이었지만 영화 예매 순위를 역주행하며 대중들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출판,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TV, 라디오 등 윤동주 신드롬은 대단하기만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윤동주 열풍 때문인지 학창시절 문학 시간으로 돌아가 교과서에서 읽었던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연희전문학교 졸업 학사모 사진>



자화상(自畵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자아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는 우물. 그 우물 안에 비친 갇힌 자아는 밉기도 하고 가엾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돌아서 버리지만 사나이는 또다시 돌아옵니다. 수차례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그리움' 그리고 '추억'으로 사나이를 감싸 앉습니다. 투철하고 치열한 자아성찰은 윤동주 작품의 주된 모티브가 되어 고통의 현실에 맞서고 있습니다. 자화상은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의 장례식장에서 낭송된 시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고국에서 눈을 감는 그날까지 울려 퍼진 그의 자아성찰은 작은 우물 속을 넘어 넓디넓은 하늘나라에서도 계속 되었을 것입니다.



<일본 유학 첫해인 1942년 여름방학에 귀향한 윤동주(뒷줄 오른쪽)>



쉽게 씌여진 시 -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럽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쉽게 씌여진 시는 1942년 6월에 쓰인 시로 윤동주 시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두운 조국의 상황과 대비되어 시를 쉽게 쓰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반성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육첩방은 다다미를 6장 깐 일본식 방입니다. 윤동주를 구속하는 숨 막히는 공간이자 절망적인 공간입니다. 남의 나라 육첩방에 사는 지식인 윤동주의 고뇌가 짙게 드러나지만 결국, 조국 광복의 아침을 기다리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나’는 삶을 반성하고 극복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최초의 악수를 나눕니다.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날을 기다리겠다는 의지가 가득합니다.



<윤동주가 1941년에 지은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 1위로 뽑힌 서시입니다. 별이 바람을 스치는 일제 강점기 암흑기 시대. 끝없이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중심을 잡는 일은 쉽지 않았고 고뇌와 번뇌는 시인 윤동주의 숙명이었습니다. 결박한 시대의 하늘은 칠흑이지만, 결백한 청춘은 티끌 없는 순백입니다.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시로써 저항할 수밖에 없는 시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윤동주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 주어진 길을 가겠노라 결백합니다.



<출처: 영화 ‘동주’ 네이버 스틸 컷>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15세부터 시를 시작했습니다.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서 학업 도중 귀향하려다 항일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45년 2월 16일 광복을 6개월 남기고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평생을 ‘부끄러움’과 ‘자아성찰’로 보내며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절망 속에서도 민족의 등불이 되고자 고뇌했던 윤동주. 의무적인 교육과정으로 교과서에서 시험을 위해 달달 외웠던 윤동주의 시를 이제 시대의 아픔과 잃어버린 상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치이고 바쁜 일상을 핑계 삼아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현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버거운 현실에서 허덕이며 홀로 침전하는 나를 어떻게 하면 일으켜 승화시킬 수 있을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윤동주와 함께 우리의 인생을 다시 헤아려 보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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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탄생이 바꿔놓은 대표적 일상 중 하나는 바로 사진이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에서든 촬영하는 게 가능해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에 대한 아마츄어들의 도전이 가장 거세 분야가 사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필자도 4년 전쯤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는 사진을 좀 더 잘 찍어보고 싶은 욕심에 미러리스 카메라도 장만했다. 한 해 두 해 사진 놀이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사진觀’이 생겼다.

 

 

<겨울 나무 잎새>

 

 

무엇보다 사진은 좋은 장비가 아니라 시선의 문제라는 점이다.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가 사진의 핵심이라는 얘기이다. 아무리 장비가 좋더라도 시선이 좋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얻기 어렵다. 거꾸로 적당한 값을 하는 장비이더라도 시선이 좋으면 자신만의 특색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통상 사진하면 멋진 곳으로 출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보는 눈’이 있으면 생활 현장의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피사체를 찾을 수 있다. 분주함에 쫓겨 보지 못한 채 놓친 주변이 아름다움이 얼마나 많은지.

 

 

<여의도 샛강공원 다리>

 

<서울여자대학에서>

 

 

또 사진에는 순간에 대응하는 순발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거꾸로 묵묵하게 기다릴 줄 아는 끈기도 필요하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재빠르게 셔터를 눌러야 한다. 반면 기다리는 장면을 잡기 위해 묵묵히 나쁜 날씨를 견뎌가며 기다려야 하는 순간도 있다.

 

 

<을왕리 해수욕장>

 

<경복궁 앞>

 

 

보도사진의 선구자 마크 리부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사진에 담는 것은 시를 읽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사진을 통한 시선 놀이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보기를 권한다.

 

 


글 /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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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스트레스를 참지못해 냉장고 문을 열지는 않았나? 필자 역시 스트레스를 받을때면 왠지 모르게 허기를 느끼고 고칼로리의 음식을 통해 위안을 받고는 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필자 역시 가장 손쉽게 애용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식습관은 짐작했겠지만 결국 음식중독으로 빠지는 지름길일 뿐이다. 허기진 마음을 달래는 고칼로리 음식은 결국 건강을 해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셈이다.


 

잇달아 서점가를 강타한 '음식중독'이라는 책은 물론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음식중독'의 사례는 비단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방송에 소개된 30대 주부 A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녀는 결혼 전 55kg의 비교적 날씬한 몸에서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거쳐 75kg까지 몸이 불어났다. 다이어트를 하기위해 운동을 하지만 그녀가 해결하지 못한 최대의 적이 있었으니 바로 음식이었다.

 

 


 

그녀는 운동을 마친 뒤 곧바로 지인들과 식당을 찾아 외식을 하고는 뒤이어 커피숍에서 달콤한 커피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했다. 또 귀가길 아이들의 달콤한 간식거리는 때때로 그녀를 달래주는 위로가 되면서 그녀는 매일매일 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다시 음식으로 그 스트레스를 푸는 일을 반복한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경우를 바로 심리적 허기라고 말한다. 특히 현대인들의 뇌 상태는 번아웃(burn out)으로 하얗게 소진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이는 곳 무언가를 채우고 싶다는 욕망으로 변해 쾌락을 추구하게 되고 달거나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는 것으로 푸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결국 식욕은 쾌락의 중추와 맞물려있다. 또 식욕은 포만감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허기도 함께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점점 더 달고 점점 더 고칼로리의 음식에 손이 가게 된다.


 

 

필자도 해당되는 사례지만 살이 찌는 게 불편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기름진 음식과 삽겹살에 소주를 찾고는 한다. 때론 살 좀 빼라는 가족들의 잔소리를 피해 남모르게 음식에 더 집착을 보이거나 폭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사실 이러한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 타임즈는 관상동맥의 콜레스테롤 침착은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알츠하이머 환자의 두뇌 신경세포를 파괴시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방을 과잉섭취하게 되면 나쁜 콜레스테롤이 심혈관 뇌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실험결과 뇌는 지방음식을 통해 반응을 보였는데 이때 쾌락 중추반응을 일으키는 도파민이란 물질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 도파민은 담배나 마약처럼 쾌락 중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음식 역시 인간에게 중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쥐 실험에서도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먹은 쥐는 고통을 가하더라도 계속 먹는 패턴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1990년대에는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물질이 발견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 물질은 지방이 체내에 콜레스테롤로 흡수된 뒤 여러 물질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대마의 일종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인간은 단맛, 쓴맛, 짠맛과 달리 지방의 맛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단맛에 더 둔감한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결국 지방함유가 높은 음식에 무방비 노출되면 단맛에 둔감해지기 마련인데 이때 몸은 급격하게 혈당이 상승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혈당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고 이때 식욕이 자극돼 더 많이 먹게 된다. 그러면 혈당은 다시 급격히 떨어지고 저혈당 효과로 다시 식욕이 자극돼 더욱 더 먹게 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현대인은 빨리빨리 간편함에 익숙해 있다. 집밖에 몇 십미터만 걸어 나가도 화려한 간판의 편의점이 즐비하다. 이때 대부분의 식품은 가공식품이고 고칼로리의 음식이다. 특히 라면은 하루 포화지방의 권장량에 50%가 넘지만 사람들은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개의치 않는다.

 

 


 

이러한 가공식품은 사람들을 더 자극시키고 사람들은 익숙함에 다시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절에 맞는 식재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하루 10분의 사색이나 걷기 등을 통해 뇌를 쉬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 자극적인 음식에서 점점 더 멀게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제시한다.

 

 


 

영양학 적으로도 식사 때는 먼저 채소 등 생식과 조리식품을 중심으로 먼저 섭취를 하고 과일-콩류-씨앗-견과류-곡물-감자-달걀-유제품-쇠고기-치즈-가공식품 등의 순서로 영양밀도를 생각해 섭취해야 한다. 결국 우리 선조들이 먹던 밥상을 되돌아본다면 쉽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글 /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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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통해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고전의 힘을 이 한마디로 압축한다. 그의 고전 키워드는 ‘재탄생’이다. 지식·사유·논리·추론·창의·상상의 재탄생이고, 궁극적으론 인간의 재탄생이다. 그만큼 고전은 위대한 힘이 있다. 고전은 그 자체가 위대한 스승이다. 사유의 물꼬를 터주는 철학자, 역사의 고리를 이어주는 역사학자, 우주의 신비를 벗겨주는 과학자다. 인간의 마음을 꿰뚫는 심리학자, 영혼에 위로를 주는 시인, 소리로 세상을 열어주는 음악가다. 다스림의 이치를 일러주는 정치학자, 신의 세계를 열어주는 신학자, 당신의 길을 인도하는 멘토다.




요즘 인문에 세간의 관심이 높다. 인문학 아카데미가 우후죽순 늘어난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증거다. 직장인·전업주부·대학생·기업가 등 수강층도 다양하다. 문학·역사·철학·예술에 관심이 커지는 건 그만큼 국격이 우아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성인이 모이면 저절로 지성국이 된다. 인문은 생각의 힘이다. 앎을 넓히고, 관점을 업그레이드하고, 창의적 질문과 답변을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그 여정에 고전은 더없는 동반자다. 창의는 무지(無知)에선 결코 싹트지 못한다. 상상도 결코 무한하지 않다. 아는 만큼 넓어질 뿐이다. 인류의 고전으로 지식을 쌓고, 창의를 키우고, 상상을 넓혀라.





고전은 옛것이다. 하지만 그 옛것은 새로움을 잉태한 고귀한 씨앗이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당신 삶에 그 씨앗을 심는 일이다. 동양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는 “상인의 재능도 논어를 통해 충분히 배양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의 좌표가 헷갈리고, 미래의 길이 흐릿하면 고전을 읽어라. 고전은 길을 밝혀 주는 횃불이다. 고전은 확장성이 크다. 지식을 쌓고, 논리를 강화하고, 필력을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고, 관계를 맺는 데 두루두루 쓰인다. 세상에 고전만한 다목적 카드는 드물다.




“돈이 조금 생기면 책을 산다. 그리고 남는 것이 있으면 음식과 옷을 산다.(에라스무스)” “자신의 책이 없다는 것은 가난의 심연과 같다. 거기에서 탈출하라.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은 사둘 만하다.(존 러스킨)” “낡고 오래된 코트를 입을지언정 새 책을 사는 데 게으르지 마라.(오스틴 펠프스)”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책을 사서 읽으라”고 한다. 이구동성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고전은 가슴에 새길 대목이 많다. 문장이 수려하고, 함의도 깊다. 밑줄 그어가며 읽고, 나중에 그곳만 훑어봐도 양식이 된다. 세월을 좀 익혀 읽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그게 고전의 묘미다. 인류의 고전을 책꽂이에 하나둘 꽂아가는 재미도 있다.





커피 서너 잔 값이면 책 한 권을 산다. 고전은 책 값을 열 배, 백 배, 천 배로 불려준다. 엄청 수지나는 장사다. 혹시 1만5000원을 아끼려고 책을 사지 않는가. 그럼 당신은 정말 좀스런 인생을 사는 거다. 지혜로운 사람은 가치에 돈을 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재미에 돈을 쓴다. 전자는 투자, 후자는 낭비다. 삶을 건조하게 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재미에 기울어 가치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전과 다른 이후의 삶을 원한다면 이전과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읽지 않았다면 읽어야 하고, 게을렀다면 부지런해야 하고, 뒤졌다면 앞서야 한다.




첫 만남은 누구나 어색하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통하면 둘도 없는 벗이 된다. 고전과의  만남이 처음엔 조금 서먹하고, 약간 버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얘기의 물꼬만 터도 고전이 얼마나 유익한 벗인지를 금세 알게 된다. 문지방을 건너야 세상으로 나간다. 8부 능선을 넘어야 정상에 오른다. 세상에 쉬우면서 가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한 번 읽어 어려우면 두 번, 세 번 읽어라. 어렵다고 멈추면 당신은 늘 그 자리에 머문다. 어려우면 다시 읽어라. 그럼 쉬워진다.





내일 읽겠다고 말하지 마라. 당신은 내일, 같은 말을 또 반복한다. 지금 바로 읽어라. 시간이 없다고 둘러대지 마라. 그건 뻔한 핑계다. “책읽기에 좋은 곳으로 세 가지 장소가 있다. 침상, 말안장, 그리고 화장실이다. 책을 읽고자 하는 뜻이 진실하다면 그 장소야 무슨 문제이겠는가.” 중국 송나라 때 학자 구양수(歐陽脩)의 말이다. 나이 든 원숭이도 새로운 재주를 배울 순 있다. 하지만 두어 배 힘이 든다. 세상은 ‘지금’을 잡는 자가 언제나 앞서간다. 안 보이면 바로 안경을 써라. 인류의 고전이 당신의 안경이다.

 


글/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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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나라 제주에 살고 있는 필자도 겨울은 피하고 싶은 계절 중 하나였다. 2013년 겨울을 기점으로 제주도의 삼다도(三多島) 중 으뜸인 거센 바람을 무려 세차례나 경험한 탓이다. 서울만 해도 쌀쌀하다고 느낄 온도지만 뭐든지 날려버릴 것 같은 제주도 겨울바람을 경험한 뒤로는 겨울이 조금은 두려워 진거다. 하지만 최근 이런 바람이 어떤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겨울바다위에서 서핑을 즐기는 마니아들을 만나고 나서부터다.





얼마 전 필자가 만난 서핑 마니아도 지금이라도 당장 검정색 수투를 껴입고 겨울바다로 뛰어들고 싶다며 초롱초롱 눈망울을 빛냈다. 생각해보니 겨울이 주는 계절의 영향이 오히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더 짜릿한 배경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특히 흔치 않은 겨울에 이색스포츠를 경험한다면 그 짜릿한 매력은 오히려 배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매년 겨울철 빠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있다. 차가운 겨울바다 앞에서 단출하게 수영복과 수영모자만 쓰고 의지 가득한 눈빛으로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얼마 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북극곰 수영축제 역시 무려 5000명이 참여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며 겨울스포츠의 메카가 됐다. 이미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처음열린 북극곰 수영축제는 이제 세계 10대 겨울 이색스포츠로 자리 잡을 만큼 국제적인 호응을 얻고있다. 여기에 질세라 역시 속옷만 걸치고 마라톤에 나선 충북 제천의 알몸마라톤대회도 화재를 모았다.





가족과 동호회 등 전국에서 600명이 모인 대회는 추위를 오히려 즐기며 올해로 11년째를 이어가고 있다. 사람이 많아야만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건 아니다. 영하의 날씨를 애타게 기다린 겨울스포츠 마니아 빙벽등반가들도 빠질 수 없다. 웅장한 얼음 빙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스포츠인 빙벽등반은 바위대신 얼음을 올라가는 특성 때문에 높은 난이도와 위험성을 갖는다. 특히 빙벽등반은 전신을 활용하는 스포츠로서 온몸의 근육발달과 순발력까지 발달하는 운동으로 알려지면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점차 대중적인 관심도 높여간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특히 남들과는 뭔가 다른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스포츠마니아들에게 겨울이라고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겨울에도 익스트림 스포츠는 늘 각광을 받는다. 특히 남들과는 다른 이색스포츠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우선 설원 위를 달리는 스노우모빌은 흔히 여름철 수상스키의 모습과 흡사하다. 보통은 스키장 안전요원을 위한 이동수단이었지만 이제는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 대여하는 곳까지 생겨날 정도다.





스노우모빌의 원조격인 개썰매도 대표 겨울철 이색스포츠다. 시베리안 허스키와 말라뮤트의 개들이 평균시속 20km 내달릴 때면 차가운 겨울바람이 오히려 아드레날린을 마구 뿜어낼 지도 모른다. 개썰매는 알래스카에서 무려 1600km를 내달리는 극한의 경기로 치러지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색 체험이 될 수도 있겠다.


겨울바람을 이용한 이색스포츠도 인기다. 스노우카이딩은 마치 눈 위의 패러글라이딩처럼 낙하산을 이용해 바람을 타고 눈 위를 질주할 수 있다. 특히 땅위만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건물 20여층까지 올라갈 때도 있다니 스릴 넘치는 겨울스포츠 중에 으뜸이라고 할 만하겠다.





강심장 아니면 도전하기 힘든 겨울철 이색스포츠도 있다. 두꺼운 얼음을 전기톱으로 잘라내고 수트만 입은 채 맨몸으로 겨울바다를 가르는 아이스다이빙이다. 우리나라 강원도 홍천이나 철원, 영월 등에서도 즐긴다는 아이스다이빙은 겨울철 물속 이색 풍경이 스포츠마니아들의 매력을 사로잡는다. 얼음 속이라는 점에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큰 만큼 안전은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겠다.





오래전 나무를 엮어 만든 우리나라 설피와 흡사한 겨울스포츠도 눈길을 끈다. 바로 스노우슈잉인데 미끄럼 방지처럼 발에 끼고 걸으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 만큼 초보자나 어린아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름철 인라인에 자신있는 사람이라면 겨울철 스노우스케이트를 추천한다. 스키부츠에 밑에는 숏 스키보다 짧은 플레이트가 부착된 스노우스케이트는 폴, 바인딩 등 기타 장비 없이 즐길 수 있는 겨울스포츠다.


이 밖에도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기본 컨셉으로 그 모양새를 조금씩 달리하는 스키에이트,  스노스쿠트, 트라이크 스키 등도 질주의 쾌감을 만끽하는 이색 겨울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겨울철 빙판길에만 넘어져도 전치 몇 주가 나오는 건 흔한 일이다. 겨울은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조심해야 할 대표적인 계절이다. 특히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겨울스포츠 마니아들에겐 더욱 그렇다. 때문에 겨울철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선 기본운동은 물론 안전상식과 부상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야겠다. 우선 겨울은 설원위에 비친 자외선의 강도가 큰 만큼 자외선 차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장시간 노출할 경우 설맹증(강한 빛이 눈에 반사되면서 자외선으로 인해 각막이 손상돼 세균이 침투하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안구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겨울스포츠 대부분이 두 발이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있어 넘어질 때 부상이 커지기도 한다. 특히 손목부상은 추위 때문에 근육이나 인대가 경직돼 있는 만큼 특히 조심해야 할 겨울부상 중 하나다. 만약 부상을 입고 붓기가 올랐다면 재빨리 냉찜질로 붓기를 빼고 온찜질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과속을 즐기는 겨울스포츠의 경우엔 충돌에 의한 중상의 위험도 큰 만큼 안전 헬멧과 장구는 기본이겠다. 자칫 치아가 손상됐다면 재빨리 깨진 치아를 식염수나 우유에 담가 병원을 찾는 상식도 잊지 말아야겠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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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책에는 짜다. 책을 그냥 주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공짜로 주면 읽지 않기 때문이다. 여든이 된 장모님 친구분들에게도 1000원 정도 받는다. 그래야 끝까지 읽는다. 초빙교수로 있는 대경대 학생들게서도 그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학기 '오풍연처럼'을 부교재로 쓰고 있다.


필요한 학생만 구입하라고 했다. 물론 10%도 사지 않았다. 책을 산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 봤다. 10여명 가운데 끝까지 읽은 학생은 단 1명이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조금 읽다가 만 경우. 그런 학생들에게 책을 공짜로 주면 아예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직접 강의를 하는 데도 말이다.


 

 

 

작가 입장에서 책을 주었을 때 읽지 않으면 왠지 섭섭하다. 때론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다. 그냥 줄 때는 꼭 읽을 사람에게만 주기로 한 것. 책을 읽고 싶어도 사정상 못 사는 사람들이 있다.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와 같은 부류다. 사실 회사에 100권 가까이 책을 보관하고 있다. 반드시 볼 것 같은 분들에게는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있다. 우리 형제들에게도 안 준다. 내가 주지 않는 이유를 안다. 이런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책에는 짠 놈.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좀 붐비긴 해도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지하철 안의 풍경은 조금 실망스럽다. 책을 펴든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공중예절을 무시하고 통화를 하는가하면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음악도 듣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참 안 읽는다. 나이를 들수록 더하단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1명은 연간독서량이 제로다. 선진국임을 자임하는 마당에 부끄러운 일이다. 독서의 장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간접경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다.


 

 

 

교교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또 한 번 놀랐다. 식자층으로 손색이 없는 그들이다. 10명 가량 모였는데 정기적으로 책을 구독해 읽는 친구는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거의 읽지 않는다고 했다.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이유를 댔다. 언론사 대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저는 아무리 늦게 퇴근해도 집에서 30분 이상 책을 읽고 취침 합니다.” 독서도 습관인데.


더러 인상적인 독자도 만난다. 최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났던 ‘오풍연처럼’ 1호 독자와의 인연도 이어지고 있다. 책에 사인을 해 드리고 명함도 주고받았다. 한양여대에 재직 중인 여자 교수님이다. 저자님이 직접 나와 계시다고 책을 한 권 사셨다. 원래 내 책은 살 계획이 없으셨던 분이다.


 

 

 

이튿날 감사한 마음에 메시지를 보냈다. "책 구입에 감사드립니다. 1호 독자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답장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그렇게나 의미있는 독자로 책을 만나게 되어 저도 감사합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카톡도 연결됐다. 지난 5월 아침마당에 출연했던 동영상을 보내드렸다.


동영상을 본 뒤 소감까지 보내왔다. "선생님의 건강하고 순수한 삶을 보게 되었습니다. 늘 가정의 행복과 건승을 빌어드리고 싶습니다. 다소 늦은 시각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필경 그 교수님은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할 터다. 하나를 보면 둘을 안다고 했다. 이런 선생님들이 교단을 지켜야 한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런 독자를 처음 뵌 것도 영광이다.


 

 

 

2011년 네 번째 에세이집 ‘사람풍경 세상풍경’을 냈다. 2009년 입대했던 아들의 제대에 맞췄다. 아들 녀석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다. 녀석이 근무했던 부대에도 책을 보냈다. 고마운 마음에서였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아들의 후임병이 책 리뷰를 올린 걸 봤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바쁜 시간에 책을 끝까지 읽어보고 올린 게 확실했다.


“얼마나 짧은가하면. 글 한편이 한쪽을 다 채우지 못하는 정도다. 때문에, 독자의 몰입을 방해할 때도 있다. 몰입을 하려고하면, 글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하고 맛있다. 1권의 책을 읽으면서 54번의 반성을 하는건 확실히 신선했다. 게다가 짧은 글들이기에, 가끔씩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실거라면, 한번에 다 읽지 않고, 하루에 1편씩 혹은 이동할 때 조금씩 읽기를 권장한다.” 이런 서평도 받는다.


분명히 말하건대 책을 읽으면 마음이 풍성해진다. 하지만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책. 그것을 안타까워만 해야 할까.

 

 

글 / 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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