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영화 '여배우들' 포토자료 중)

 

 '유독 여배우나 여가수들에게 위장병이 많은 것은 신체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스트레스 때문이다.

  여자들이 연예계에 뛰어들면 보통 남자들보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신인이거나 기성인이거나 내가 만나서 대화를 해본 여자연예인들의 70% 이상이 죽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여자연예인들은 신인 때나 스타덤에 올랐을 때나 변함없는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 환경에서 신경성 위장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할 지경일 것이다.'   ....

 

 

 

 

 

 

  한 영화감독이 쓴 글의 일부다.

 연예인이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 젊은 여성 연예인이 위장병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분의 글을 접한 후 기자로서 여성 연예인을 만날 때 건강 문제를 우회적으로 물어보곤 했는데, 괜찮다고 하면서도 만성적인 위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위염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염에 관한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46만명이던 위염 환자 수는 2010년 540만명으로 5년간 연평균 4.9%씩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위염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이 자료는 "2010년 인구 10만 명 당 20대 여성의 위염 환자 수는 1만 2556명으로 같은 연령대 남성(10만명당 5416명)보다 2.3배 많았다"고 밝혔다.

 

 위염은 위 내시경으로 볼 때 위 점막에 염증이 관찰되는 대표적 위장 질환이다.

 배 위쪽 불편하고 구역질이 나거나 속이 쓰린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20대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여성 위염 환자 수는 남성에 비해 1.6배나 많다. 인구 10만 명 당 남성 환자 수는 8493명인 데 비해 여성 환자는 1만 3665명이라는 것이다.

 

 위염은 보통 술, 담배를 많이 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많을 것이라는 게 통념이었다.

 이번 자료는 그런 통념을 깬 것이다.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소량의 음식만 먹고 불규칙하게 식사하는데다가 최근 들어 음주가 늘어난 때문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분석이다.  위염은 불규칙한 식사, 음주와 더불어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에서 보면, 한국 여성이 어떤 이유로든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산다는 것이 병증으로 증명된 셈이다.

 

 

 

 

 대수롭게 여기면 만성위염으로 진행될 수도

 

 이번 건보공단 자료에서 보듯 위염은 540만 여명이나 걸리는 흔한 질환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위염 없는 사람 어디 있냐"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위염에 걸렸다고 해도 음주와 흡연을 계속 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면서도 그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위염이 지속돼서 만성 위축성이 되면 회복되기 어렵다고 한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좋아지지는 않고 그저 '나빠지지 않는' 만성 위염 환자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늘 위장 쪽이 불편한 상태로 살아야 하는 것은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가.

 

 만성 위염이라고 해도 위암 발생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위염이 장형화생, 이형성 등 특수한 형태를 보이면 아무래도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위염이 생겼을 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를 조기에 치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느 질환처럼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책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위염 예방과 치료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역시 음주와 흡연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스피린, 소염 진통제 등 위 점막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 복용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음식은 물론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도 절제해야 한다.


 

 

 

 채식주의로 '위장병' 고치고 건강해져..

 

 음식에 대한 절제가 중요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여배우나 여가수들 중에 채식주의가 퍼져나가고 있고, 그들이 한결같이 "위장병을 고치고 건강이 좋아졌다"며 간증(?)을 하는 것이 흥미롭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가수 이효리는 한때 한우홍보대사로 활동할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채식을 열심히 실천한다.

 유기동물보호소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을 한 경우다.

 이효리는 "채식을 하면서 건강이 좋아져 나쁜 것에 대해 예민해졌는지 주량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배우 윤진서는 "배우로 살다보면 식시가 불규칙해 소화 기능이 안 좋았는데, 채식한 이후로 위장병도 낫고 살도 안 찐다"고 했다.  중견 배우 배종옥도 "평소 속이 부글부글했는데, 채식한 이후 몸이 매우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몸이 건강해진 것은, 실제 채식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하면서 자신을 돌보고 주변의 환경까지 배려하고 있다는 충족감 덕분이 아닐까. 그런 만족감은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의 몸을 강력하게 지켜주는 방어기제 역할을 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건강한 마음도 중요해..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 위장병은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로서 '위박사'로 불리는 송인성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저서 '또 하나의 뇌-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장에 또 하나의 뇌가 있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속에 침이 고이고 위는 운동을 시작해 위산과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것은 실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위장병이 많아지는 것도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 생활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위를 튼튼하게 해 잘 먹고 잘 소화하려면 정신 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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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저는 거식증에 걸리지 않았어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일 뿐이에요.”


 배우 정려원 씨가 음식을 거부하는 병인 거식증에 걸렸다는 구설에 휘말리자, 이렇게 해명한 적이 있다. 정 씨는 병에 걸렸다

는 루머가 황당한 것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통증의 여배우 '정려원'

 

 정 씨는 요즘 코믹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재벌 회장의 외손녀 여치 역을 맡아서 열연하고 있다. 극중 여치는 외할아버지의 ‘빽’을 믿고 설치는 철부지 캐릭터로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극의 흐름을 보면 여치가 변신을 함으로써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는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된장녀일 뿐이다. 

 

 극중 여치의 언행은 눈에 거슬리지만, 그 역할을 하는 정려원 씨가 활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척 반갑다. 알다시피 정 씨는 아이돌 그룹 ‘샤크라’ 출신이다. 그룹에서 탈퇴하면서 연기자로 변신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연기 판의 텃세를 이겨내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기까지 얼마나 속병을 앓았을까.  

 

 정 씨가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에게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안긴 정 씨는 스크린에게까지 진출해 출중한 연기력을 과시함으로써 영화가를 즐겁게 했다. 

 

 ‘김씨 표류기’, ‘적과의 동침’, ‘통증’에서 최근작 ‘네버엔딩 스토리’까지 정 씨가 출연한 작품성 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작품이 흥행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영화 전문가들이 아쉬워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것은 정씨는 출연한 영화 중 세 작품( ‘김씨 표류기’‘통증’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모두 심각한 질환을 안고 있는 주인공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거식증이 아니냐는 루머가 돌 만큼 마른 몸매가 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을 듯싶다. ‘김씨 표류기’에서는 대인기피증을 앓는 여성 역할이었는데, ‘통증’에서는 혈우병, ‘네버엔딩 스토리’에서는 뇌종양 환자 역할을 했다. 
 

 뒤의 두 영화에서 정 씨가 맡은 여주인공은 불치병에 시달리면서도 씩씩하고 쾌활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 1월에 개봉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도 그렇지만, 지난 해 가을에 나온 ‘통증’은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지닌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뻔한 소재도 잘 만들기만 하면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특히 ‘통증’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 있다.

(이 작품이 크게 흥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오를 때마다 미세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순 (권상우)

 

 ‘통증’은 정려원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상대역이었던 권상우 씨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권 씨는 그동안 화려한 이름값만큼 연기를 잘 하지는 못한다는 구설에 시달려왔으나, ‘통증’으로 그러한 논란을 일거에 잠재웠다. 


 권 씨는 매를 맞아 돈을 버는 남순 역할을 맡았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후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 남자다.

 

 그에게 매를 맞는 건 쉬운 일이다.  쇠파이프로 무자비하게 맞아도, 벽돌로 손등을 내리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이를 밑천으로 남순은 교도소에서 만난 형 범노(마동석)와 자해를 하며 채무자들의 돈을 받아낸다. 
 

어느 날 남순은 액세서리 노점을 하는 채무자 동현(정려원)에게 겁을 줘서 돈을 받아내려고 한다. 가녀리게 생긴 동현이 뜻밖에도 대차게 맞서자, 남순은 그녀에게관심을 주게 된다.
 동현은 남순과 정반대로 작은 통증조차 치명적으로 느낀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탓이다. 

 

 혈우병은 ‘피가 멈추지 않는 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의학적 정의에 따르면, X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가 부족하게 되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을 말한다. 

 

 극중 동현이 조그만 상처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혈우병 환자인 반면에 남순은 어떤 통증의 감각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얼핏 보면 대조적이다. 그러나 세상에 혼자 버려진 과거의 상처를 지닌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남순은 집이 없어 헤매는 동현에게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내 방에 들어와 살라”고 제안한다. 삭막한 도시에서 외롭게 떠돌던 두 사람은 서로를 보듬어주며 의지하고 사랑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남순의 병은 자신의 아픔을 감지하지 못하는 만큼 타인의 상처에도 무감각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동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생기면서 잃어버렸던 감각이 점점 살아나오기 시작한다. 

 

 누구나 통증을 두려워하지만, 통증은 사람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증거라는 것!

 그 통증을 기껍게 감내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통증을 앓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끼리 서로를 아껴주는 연민과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것!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다하는 남순과 동현의 러브스토리가 절실하게 가르쳐준다.

 

 

 

  마음이 병을 만들고, 마음으로 병을 고친다..

 

 

 영화 ‘통증’이 무감각의 질환을 사랑으로 치유하는 이야기라면, 신간 ‘EFT로 낫지 않는 통증은 없다’는 신체적 고통에 대응하는 심신의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한의사인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음이 병을 만들고, 마음이 병을 고친다.’, ‘EFT와 확언은 마음과 몸을 함께 치료하는 최상의 도구이다.’  여기서 EFT(Emotional Freedom Techniques)는 병을 고치는 심신의학의 한 요법을 말한다. 확언은 환자 자신이 통증에 대해 긍정적 마인드를 갖도록 스스로에게 해 주는 일정한 말이다. ‘EFT’와 ‘확언’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학계의 광범위한 검증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음이 병을 만들고, 마음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를 많이 담고 있다.  심장을 쥐어짜는 통증에 시달리는 한 30대 청년의 내면을 살펴보니 자신과 헤어진 여성이 자살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20대 대학생은 완고한 부모에 대한 원망을 억누르려고 애쓰다가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영화 ‘통증’에서 남순은 자신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서 누나인 남순이 죽었다는 죄책감 탓에 감각이 무뎌진 경우다. 남순의 원래 이름은 남진인데, 사고 이후로 누나의 이름을 대신 쓰고 있다. 자신은 죽었다고 여기니, 스스로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병을 만든 경우에 신체 질환 그 자체에 대한 요법과 함께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책 ‘…통증은 없다’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스스로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병을 고치는 에너지를 북돋울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오늘’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굳이 ‘통증’의 남순과 동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스한 교감 덕분에 삶의 의욕을 되찾는 예를 현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한 의욕이 질환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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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정, 박신양 씨가 남녀 주연을 맡은 영화 ‘미쓰 GO'가 올 상반기에 개봉한다. 

 이 작품은 배우 고현정 씨의 성을 패러디한 제목에서 드러나듯 코미디물이다. 국내 최대 범죄 조직과 이들을 쫓는 형사들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고현정 씨는 마약거래에 우연히 휘말리게 되는 여성 역할을 맡았다.

 

 

 공황장애 영화 속 대중적인 제재가 되다...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고씨가 연기한 여성이 공황장애 환자라는 것이다.

공황장애가 대중 영화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제재가 되었다는 것은 이 질환이 그만큼 보통 사람의 주변에 있다는 증거다.

 

때마침 방송인 이경규 씨가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지 4개월 정도 됐다"고 밝혔다.

 이후로 다수의 연예인들이 같은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배우 차태현, 김하늘 씨와 가수 김장훈, 전진 씨 등도 공황 장애의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공황장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공황장애를 영어로 쓰면 ‘panic disorder’. 영어 쓰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패닉(panic)에 빠진다’라고 말할 때의 바로 그 패닉이다. 한자로 쓰면 ‘恐惶障碍’. 여기서 ‘恐惶’은 근거 없는 두려움이나 공포로 갑자기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를 말한다.

(요즘은 한자를 잘 사용하지 않으나 ‘恐惶障碍’를 한 번 읽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공황장애는 어떤 질환인가?

 

공황장애는 실제 위험이 없는데도 극도의 불안감을 경험하면서 공항 발작으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질환을 말한다.  

10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가슴이 참을 수 없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 탓에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하는 것을 공황발작이라고 한다. 

 

 현실감각이 떨어질 정도로 어지럽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몹시 춥거나 따끔거리는 느낌을 동반할 수도 있다.  공황 발작이 한 번 이상 반복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공황장애는 흔히 광장공포증(agoraphobia·廣場恐怖症] ), 폐쇄공포증(claustrophobia·閉鎖恐怖症)과 혼동된다.

이 질환은 서로 겹쳐 나타나기도 하지만 차이가 있다고 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광장 공포증은 넓은 장소나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장소에 혼자 가는 것이 두려워 피하는 것을 말한다.

광장공포증 환자들은 혼자 외출을 하거나, 군중 속에 있거나, 줄을 서거나, 다리 위를 지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버스, 기차, 자동차 등 도중에 내리기 어려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회피한다. 광장공포증 환자의 3분의 2 가량이 공황장애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폐소공포증(閉所恐怖症)이라고도 불리는 폐쇄공포증은 특정공포증(specific phobia)의 일종으로서, 좁고 막힌 공간에 갇혀 있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지나치게 강한 것을 뜻한다.

 병적 불안의 원인이 되는 공포감의 대상이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국한되어 있다면 특정 공포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닫힌 공간에 노출되면 불안 반응을 유발하며 극도의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2010년 하반기에 방영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현빈이 극중에서 앓았던 질환이 폐소공포증이다.

 

 엘리베이터에 갇혀 공포감에 사로잡힌 채 식은 땀을 흘리며 정신을 잃어가는 현빈의 모습은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폐소공포증으로 인한 공황 발작이 일어난 경우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처럼 광장, 폐소공포증은 단일질환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다. 많은 경우에 공황장애와 동반해서 나타나지만 상관없이 엄습해오기도 한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우리나라에선 100명당 2~3명, 미국은 11명 정도가 앓는 질환이라고 한다.

어느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으나 청소년 후기부터 30대 후반까지가 많다. 남성보단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성취 지향적이고 완벽주의 성향을 지닌 사람, 대중 앞에 자주 서야 하지만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걸릴 확률이 높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중에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

 

공황장애의 요인으로는 인간 관계 등에서 오는 심리적 측면을 중시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공황장애도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인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신호를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청반핵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약물 요법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경규 씨의 사례에서 보듯 약물치료를 하면 대개 호전된다고 한다.

유념할 것은, 일시 호전됐다고 해서 의사 지시 없이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약물 요법과 함께 인지행동치료 등 비약물 요법을 병행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인지행동치료는 말 그대로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다.

 

잘못된 관념이나 지식을 고쳐서 환자의 불안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인지 치료다.

공황발작은 일정 시간 내에 반드시 끝난다는 것, 이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죽을만큼 공포를 느끼는 이 질환으로 실제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치료다. 행동치료는 환자가 일상에서 덜 무서워하는 자극에서부터 지극히 무서워하는 쪽으로 노출시켜가면서 불안을 줄여주는 요법이다.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애정과 배려가 필수....

 

여느 질환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배려가 필수적이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한 여성 시인은 딸을 비롯한 가족들의 이해 덕분에 시작(詩作)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시인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는데, 여리고 맑은 성품이 뛰어난 서정을 품은 시를 쓰게 하지만, 또한 그러한 성품이 공황 장애를 앓게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시인은 공황장애 증세가 심할 때는 외출을 전혀 하지 못하는데, 그 기간에 집에서 약물 치료와 함께 그림 그리기 등으로 심리 안정을 취한다. 가족들은 시인의 예민한 언행을 넉넉하게 받아들이며 증세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배우 차태현 씨의 사례를 보더라도 가족의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차 씨는 “공황장애로 고통 받을 때 아내가 큰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그의 아내는 “당연히 아플 거야.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데…”라며 병을 인정하는 것으로 남편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줬다. 남편과 함께 비행기에 타고 여행을 갈 때는 이륙 때 기내에서 마구 뛰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이 공황장애로 비행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우스운 꼴을 내보인 것이다.

 

차 씨가 “공황장애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이젠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아내의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약물 요법과 인지행동 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자신감을 회복하려면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한 마음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배려가 있을 때 더 강렬해질 수 있을 것이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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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MBC의 ‘애정만만세’를 새해에도 볼 수 있을듯 싶다. 당초 50회로 연내 종영할


 예정이었으나, 방송국 측이 57회로 연장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배우 천호진과 '애정만만세'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의사 강형도 역을 맡은 천호진을 볼 때마다 그의 아버지 천규덕을 떠올리게 된다.  천규덕은 197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로써 ‘당수의 명인’이라고 불렸다.

 10여 년 전에 천규덕을 만났을 때, 그는 “제 아들이 배우인데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한 아들에 대해 부탁의 말을 하는 거구의 노인에게서 부정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천호진이 목공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의 아버지가 당수의 명인이라는 것을 떠올리면서 손재주가 유전된 것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천호진은 진지한 배우의 대명사다.  배우들이 내남없이 코믹 연기를 선보여도 그는 시종 묵직한 내공의 카리스마로 드라마와 영화에 기여해왔다.  그런 그가 ‘애정만만세’의 최근 방송 분에서 드물게도 농담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방암' 부끄럽게만 여기면 병을 키울수도....

 

 극중 의사인 형도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강의에서 유방암 자가 진단 중 촉진(觸診)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남자 스태프를 강연대 위에 올려서 시범을 보이려고 그 남자의 가슴 주변을 손으로 문지르다가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오해하지 마셔요. 저는 남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성적으로 여성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 우스개에 주부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형도가 의학 지식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농담을 한 것은, 인간의 신체 기관인 ‘유방(乳房)’이 성적 자극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잖은 척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유방’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민망스럽게 여긴다.

 유방의 우리말인 ‘젖가슴’은 더욱 피하고, 그저 ‘가슴’이라고 한다.

'가슴'(chest)과 ‘젖가슴'(bosom)은 다른 말이지만 구어에서 그냥 통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젖가슴에 대한 이러한 태도가 여성 유방암 발병의 한 요인이 됐다고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여성들은 유방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가족에게조차 드러내는 것을 저어한 까닭에 유방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한 자가진단, 그 중에서도 촉진이 널리 알려진 후에도 일부 여성들은 유방을 만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심지어는 죄책감을 토로하고 있다.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강형도의 아내인 오정희(배종옥)는 50대가 될 때까지 한 번도 유방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형도와 정희는 한 번 이혼했다가 재결합을 한 사이다.  헤어진 후에 서로 만나지 않던 두 사람이 재회한 것은 정희가 유방암 검진을 받게 되는 병원에 형도가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희는 유방에서 멍울이 잡히는데 통증까지 있으며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온다고 하여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유방암을 걱정하게 만든다. 진찰 과정에서 정희는 반대쪽 유방도 아프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조직검사 결과 유방의 섬유종으로 판명됐다.
 형도는 정희를 진찰하던 중에 유방암이 걱정돼 소리를 질렀다.

 “왜 이 지경이 되도록 가만히 있었어?” 

  

 

 

 세계 여성암 발생률 1위....유방암

 

 알려져 있다시피, 유방암은 세계 여성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1년 여성암 발생률 1위였다가 현재는 갑상선 암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녀(父女) 의사인 이민혁, 이지연 씨가 최근에 펴낸 책 ‘혹시 내가 유방암에 걸린 것은 아닐까?’에 따르면, 한국 여성에게 생기는 유방암은 서구 여성의 유방암과는 특징이 약간 다르다.

 서양에서는 50대 이후의 갱년기부터 유방암 발생이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40대 여성에게 발병률이 가장 높고 50대, 30대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특히 35세 미만의 아주 젊은 환자의 비율도 15%나 될 정도로 서양에 비해 젊은 여성층의 유방암 발병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유방암 발병률이 젊은 층에서 높게 나오는 것은 젊은 여성이 나이든 여성에 비해 모유 수유를 더 적게 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또 젊은 여성의 검진율이 높기 때문에 발생률도 높게 올라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만큼 이른 시기부터 유방암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유방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40세 이상 여성은 1~2년 주기로 진찰 및 유방 사진촬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유방은 유방조직이 치밀해 사진을 찍어도 뿌옇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종양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사들은 환자의 사진촬영에서 치밀한 유방으로 나오는 경우 초음파검사를 추가로 권하는 경우가 꽤 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조기발견을 위해 매달 자가검진이 필수..

 

  전문의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은, 초음파검사를 추가해도 유방암을 혹시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매달 스스로 유방을 만져보는 촉진 등의 자가검진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가검진법은 한국유방암학회(www.kbcs.or.kr) 홈페이지 등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출처 : 한국유방암학회 홈페이지 www.kbcs.or.kr)

※ 그림을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며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수 있습니다. 

 

 유방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반듯하게 누워서 검사하는 쪽의 팔을 머리 위로 올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따로 시간을 내서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것을 번거롭게 여긴다. 샤워를 하는 동안에 서 있는 자세에서 꼼꼼히 만져보는 것도 권유할만한 방법이다.

 유방의 반대 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첫 번째 마디를 이용해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원을 그리면서 부드럽게 만져주는 것이 좋다.

 유두 부위에서 시작해 동심원을 그리며 유방 바깥까지 만진 후 유방 조직이 퍼져 있는 겨드랑이의 위, 안, 옆 쪽 까지 만지는 방법을 택한다.

 

 자가 검진 과정의 마지막에는 반드시 젖꼭지에서 분비물이 나오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젖꽃판(乳輪·유륜)을 살짝 짜 본다. 이 때 자극에 의해 유즙이 소량 나올 수는 있지만 혈성 분비물이 나온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봐야 한다.

 젖꼭지를 자극했을 때 통증이 심하거나 한쪽 젖꼭지가 갑자기 안으로 밀려들어가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 상의해야 한다.

 촉진 때 한쪽 유방에만 덩어리가 만져진다던지 피부 한 쪽에 함몰 증상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앞서 소개한 책  ‘혹시 내가 …’은 촉진 뿐 만이 아니라 눈으로 관찰하는 시진(視診)을 강조하고 있다.

 거울을 보고 유방암을 자가 진단하는 시진은, 우선 양팔을 옆으로 내린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양쪽 유방의 크기, 모양의 대칭성을 비교하고 종괴나 유두 부종, 피부의 이상, 유두 함몰 등이 없는지 관찰한다.  다음에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린 자세와 허리에 댄 자세를 취한 후 다시 한 번 유방에 이상이 없는 지 확인한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자신의 유방을 사랑하는 것'

 

 드라마 ‘애정만만세’의 주인공 오정희처럼 품위 있는 언행을 하는 캐릭터다라면 자신의 유방을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민망히 여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꾸려가기 위해선 스스로의 질환을 예방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은 의무가 아닐까. 자신의 유방을 사랑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애정만만세’를 외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책 ‘혹시 내가…’의 공저자인 젊은 여의사 이지연 씨는 ‘나의 친구 유방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을 빌려서 인상적인 맺음말을 썼다. “…너의 이야기를 우리와 함께 함께 나눈 모든 사람이 네 진짜 모습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더 많이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거야. 넌 사랑하고 관심을 갖는 만큼 건강해지는 존재니까.”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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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연구해서 환자를 치료할 실력을 갖춘 의사보다 유별난 봉사 정신으로 환자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의사가 더

 훌륭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으니….”   이렇게 개탄하는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

 그는 현재 방영 중인  KBS 2TV의 의학 드라마 ‘브레인’의 주인공이다. 

 국내 최초로 뇌과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총 20부작 예정으로 현재 중반에 접어들었다.  

  월, 화요일의 동일한 시간대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천년의 약속’이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태에서 뒤늦게 경쟁에

 나섰다. 대진운이 좋지 않은 셈이지만, 꾸준히 시청률이 오르고 있어서 ‘의학 드라마 불패 신화’를 재현할 지 주목되고 있다.

 

 

 

 

 드라마 ‘브레인’의 주인공 이강훈...

 

 ‘브레인’의 주인공 이강훈은 실력이 출중하지만 차가운 성격으로 자신의 성공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2007년에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 MBC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연상시킨다.

 

 배우 김명민이 연기했던 장준혁은 대학병원 일반 외과의 부교수로서, 간담도계암 및 췌장이식 수술로 명성이 높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그는 늘 오만한 태도로 동료들을 대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새로운 질환을 발견해서 그것을 정복했다는 인정을 받는 것에 더 보람을 느낀다.

  그는 병원 내의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자신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와 가족들에 대한 연민과 애처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신하균이 연기하고 있는 ‘브레인’의 이강훈도 명문대인 모교의 병원에서 누구보다 수술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임의 2년차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다는 점에서 장준혁의 닮은꼴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 역시 성공에 대한 야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강훈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돈을 대주기는 하지만,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정을 주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헤쳐 온 그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강훈은 장준혁보다 더 냉정한 캐릭터인 셈이다.

 

 

 이강훈 역을 맡은 신하균은 영화 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으나 드라마에는 드물게 출연해왔다.  그래서인지 ‘브레인’에서 감정의 발산이 과잉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얀 거탑’의 김명민은 폭발적인 감정 표현을 하면서도 절제의 내공을 보여줬다. 
 신하균의 ‘오버’가 덜 어색한 것은 드라마 내 신경외과의 상황이 워낙 긴박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1.4kg의 뇌를 다루는 의사들의 모습은 절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뇌를 접사 촬영한 ‘브레인’의 수술 장면은 그동안의 의학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생생함을 안겨준다.

 

 

 

 환자에게 따뜻한 의사 김상철...

 

 극중 이강훈은 동기이자 라이벌인 준석(조동혁)과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준석이 자신보다 실력이 아래라고 여겨서 늘 깔본다.

 그런 강훈도 김상철(정진영) 교수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의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김 교수는 환자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인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평소 새까만 후배 의사들에게도 깎듯이 존대를 하는 그는 그러나 후배들이 환자 치료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호통을 치는 카리스마도 갖췄다.

 김 교수 역을 맡고 있는 정진영은 연기에는 철저한 자세로 임하는 한편 일상적으로는 늘 온화한 태도를 지닌 배우다.

 그러한 모습이 극중 김 교수에게 잘 투영되고 있는 듯싶다.

 

 배우 정진영은 학벌이 좋은 덕분에 지적인 면이 부각되지만, 악기를 잘 다루고 노래를 즐겨 부르며 술을 좋아하는 로맨티스트의 면모도 강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술 한 잔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고 했다.

 정진영과 술자리를 한 사람들은 실제로 그가 아주 좋은 술벗이라고 말한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영화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임범 씨가 최근에 펴낸 책 ‘내가 만난 술꾼’에 따르면, 정진영은 크게 취해서도 몸이 흐트러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진정한 술꾼이다.  
 

 ‘브레인’의 김 교수는 늘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격려해주려 애쓴다.

 그는 뇌종양에 걸린 딸 때문에 절망에 빠진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종양이란 녀석이 어려운 자리에 있지만, 엄마가 이렇게 간절한 마음이라면 우리 한 번 싸워볼까요.” 
 이강훈은 김 교수가 환자들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가식이라고 여긴다.

 김 교수도 자신처럼 공명심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인격자인양 굴기 위해 그것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훈의 후배인 윤지혜(최정원)는 김 교수의 휴머니즘을 본받고 싶어 한다.

 

 지혜는 이른바 ‘나쁜 남자’의 매력을 풍기는 강훈을 이성으로 좋아하면서도 그의 의사로서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의 보호자를 위로하기 위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강훈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 저희 아빠가 병원에 여러 번 입원해봐서 알거든요. 그런 때 의사가 미안하다, 한 번 잘해보자, 이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힘이 되는데요.” 


 지혜의 말처럼 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의사의 친절에 큰 위로를 받는다.

 그것을 의사들이 모를 까닭이 없는데 왜 그렇게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을 할까?

 

 ‘브레인’의 이강훈은 "환자에게 쓸 데 없는 희망을 주지 않는 것이 의사의 도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투가 냉정한 게 듣기 싫긴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겉으로 친절하게 구는 것보다 의술로 고치기 위해 애쓰는 게 의사의 진정한 자세라는 말도 맞다.  환자나 그 보호자에게 감정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보다 수술과 연구에 더 힘을 쏟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강훈은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면서도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는 온 힘을 다한다. 수술을 한 환자의 곁을 밤새 지키며 쪽잠을 자기도 한다. 지혜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강훈의 본마음이 선량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브레인’은 향후 강훈이 김 교수와 갈등을 일으키다가 그의 감화를 받아 따뜻한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고 한다.

 얼핏 들어서는 식상한 줄거리인데, 그 과정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감동의 진폭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책 '나는 의사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책 ‘나는 의사다’를 읽으면서 ‘브레인’의 의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일대 의과대 교수인 셔원 B. 눌랜드가 쓴 이 책은 의사들의 경험을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슴 먹먹하게 전하고 있다.

 특히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 들어온 어린 아이 환자를 수술하면서 신경외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두 울었다는 대목은 목울대를 뜨겁게 했다.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뇌를 다친 아이를 살리지 못하게 될 것 같자, 수술실은 비탄에 잠겼다고 한다. 

 

이 책은 번역자 조현욱 씨의 말처럼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병이 진행되는 것을 보아야 하는 의사의 무력감과 함께 불가사의한 치유 과정에 대한 놀라움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의사들에 대해 품었던 ‘적의(敵意)’가 많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의사들의 권위적인 태도 때문에 더 아픈 것 같은 경험을 할 때가 많았다. 환자로서 증상을 충분히 설명하고 싶지만, 의사가 서둘러 진료를 끝내고자 하기 때문에 진료실을 언제나 쫒기는 듯이 나와야 했다. 그런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들 역시도 그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것을 ‘나는 의사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며칠 전 종합편성채널의 한 방송사가 ‘친절한 의사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해서 속으로 웃었다. 의사들의 불친절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많으면 제목이 친절을 달고 나왔을까.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국내 최고의 명의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시청자와 1대 1 전화 상담을 하고, 고급 의료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을 담는다고 한다.  의술로 몸의 병을 고칠 뿐 만 아니라 친절로 마음의 아픔까지 치유해주는 의사가 ‘명의’라는 인식을 심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 보자면, 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은 과연 ‘친절한 의사들’에 출연할 수 있을까.

 김상철 교수를 멘토로 해서 그가 환자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나는 의사다’라며 목에 잔뜩 힘을 주는 그에게 “그래요, 당신은 의사에요”라고 따뜻한 음성으로 말해주고 싶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그에게 그 정도 찬사쯤은 해 주면서 친절을 바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  ‘나는 의사다’ 의 저자는 몸이 아팠을 때 환자로서 의사에게 좀 더 잘 응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의사의 처지를 이해하니 그의 태도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증상을 침착하게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어쩌면 의사들이 환자에게 더 이해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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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세상과 단절한 채 수행하는 수도자들에게 늘 고개를 숙여왔다. 영성과 구도를 향한 고행에 경외를 느끼는 까닭이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의문을 품어왔다.

 정신과 육체를 극도로 옥죄는 고행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흔히 마음의 평화가 그 비결이라고 하는데, 속세를 떠난다고 해서 인간에게 번민이 사라질까.

 

 

 

 

 

  알프스 산속 고독한 기도원과 영화'위대한 침묵'

 

  최근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상트피에르 샤르트뢰즈에 자리하고 있는 그랑드 샤르트뢰즈(Grande Chartreuse) 수도원을 다녀온 것은 그런 개인적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유럽 수도원을 직접 찾아 영성의 뿌리를 만나고자 한 순례단에 참여한 덕분이었다.

 

 종교인과 언론인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열흘 간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수도원들을 돌아봤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이 해발 1300미터의 알프스 산 속에 있는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이었다.  

 

 이 수도원은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본원이다.

11세기에 브루노 성인(St.Bruno)이 창립한 이후로 외부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금한 채 수도자들의 고독한 기도처로만 존재했다. 

 의학도 출신의 독일 영화인 필립 그로닝이 1980년대 중반에 수사(修士)들의 수행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고 요청했을 때 수도원 측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1999년에야 그로닝은 수도원으로부터 기적 같은 연락을 받는다.  촬영을 하라는 것이었다.  

 대신에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붙었다.  

 스태프 없이 감독 혼자서 수도원에 들어와 생활하며 촬영을 할 것, 음악이나 조명 같은 효과를 일절 쓰지 말 것, 촬영한 필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 등. 그로닝은 수도원이 제시한 조건에 맞춰 직접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2년에 걸쳐 촬영을 했다. 

 


 지난 2009년 ‘위대한 침묵’이 국내에서 상영됐을 때 예상 밖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3시간여 동안 대화가 거의 나오지 않고 음악도 없이 수도자들의 조용한 수행 모습을 담은, 일견 지루한 영화다.

 요란한 상업영화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이 이 침묵의 작품에 관심을 기울인 까닭은 무엇일까.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우연히 만난 老(노) 수사의 웃음에서 그 까닭을 헤아릴 수 있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이 수도원은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봉쇄 수도원이다.

 영화 ‘위대한 침묵’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금한 채 수사들이 격절의 수도에 몰두하고 있다.

 수도원 측은 수도원 내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순례객들을 위해  본원 아래쪽에 수사들의 일상을 재현한 박물관을 마련해놨다. 

 

 이번 한국 순례단도 박물관에서 관계자들의 안내로 수사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박물관 위쪽의 본원으로 올라가니 입구에 영어로 ‘Silence’(침묵)라고 쓰여 있었다.

 순례객들이 떠들어서 수사들의 기도에 방해를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인 듯했다. 

 본원의 적막을 감싸고 있는 담의 끝까지 걸은 후 다시 내려올 때 종소리가 은은히 울렸다.

 

 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때 수도원의 한 곳이 열려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주차장 입구였다.  그곳에서 흰색 수도복을 입고 있는 노 수사를 발견했다. 
 “한국의 저널리스트인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고 말을 걸자, 뜻밖에도 노수사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노 수사는 이름이 베노아라고 했다.

 올해 70세인 그는 1964년 수도원에 들어왔다고 했다. 본원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인과 접촉이 가능한 신부 수사였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다시 안 쪽으로 들어가면서 손을 들어서 “바이, 바이”라고 인사를 했다. 

 

 헤어진 후에도 노수사의 따스한 미소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너무도 맑고 평화로운 웃음이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서 그렇게 담연(淡然)할 수 있다니…. 

 

 영화 ‘위대한 침묵’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침묵의 수도를 하며 살아가는 수사들의 담연한 모습이 답답하기보다 아름답게 비쳐서일 것이다. 그것이 제 몫을 주장하며 요란하게 악다구니를 쓰는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소식(小食), 규칙적인 움직임 그리고 세상의 번민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수도원 박물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며, 수사들의 일상은 말 그대로 고행(苦行)이다.  

 

 신부 수사의 경우, 밤 11시 30분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그 때 아침 기도를 시작해서 밤 12시 15분에 수사들의 공동 미사에서 또 기도를 한다. 2시 30분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다시 기도를 한 후에 잠자리에 든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다시 기도와 노동(수사들은 수도원의 자급자족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한다.)을 한다. 

 

 수사들은 수도원의 제 1규칙인 침묵을 지켜야 한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발걸음, 문소리 등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동료 수사들에게 전할 말이 있을 때에도 쪽지를 써서 당사자의 개인 사물함에 조용히 넣어둔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 오후 산악 행군을 하는 데 이때 유일하게 동료들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철저히 통제된 삶을 살면서 수사들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할까.

 순례단에 동참한 종교인들과 함께 그 비결을 헤아려봤다.

 

 첫 번째로는 소식(小食)을 들 수 있다.

 수사들은 자기 방의 음식 투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소량의 음식만 먹기 때문에 과식을 할 수가 없다. 육식을 피하고, 매주 금요일에는 오직 빵과 물만 먹는다. 

 

 두 번째는 규칙적인 몸 움직임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게 수도원 생활이다. 매주 월요일 반드시 산악행군을 하는 것도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할 나위도 없겠다.  

 

 현재 100세의 나이에도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인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는 최근 한국에도 소개된 책 ‘스트레스 놓기 연습’ 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는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삶의 비결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조금 가볍게 먹고, 몸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보세요.”  

 

 무엇보다 수사들의 으뜸 건강 비결은 세상의 번민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 있다.

 그것을 피하지 않고 직접 상대해서 이겨내는 훈련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다.

 이번에 수도원 순례를 하면서 그것을 알 수가 있었다. 

 

시게아키 의사는 “어떤 인간에게도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없는 상태를 염원하기 보다는 그것을 이겨내고 놓아버리는 훈련을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성을 논외로 하고 건강 차원에서만 본다면, 수사들은 그 훈련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셈이다.

 베노아 노 수사의 맑은 미소가 어디서 나왔겠는가. 속세의 욕심과 스트레스를 내려놓은 덕분에 얻은 웃음일 것이다. 
 

 

 

  배우 김정태와 '화'를 다스리는 방법

 

 유럽 수도원 순례 중에 베노아 수사의 미소가 떠오를 때마다 엉뚱하게 배우 김정태의 절

이야기가 함께 생각났다.

 

 중견 배우인 김정태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악역으로 활약해왔다.

“영화 속 악한 인물과 똑같을 것 같다” 는 등의 평을 들어온 그는 최근에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뜻밖에 익살스런 재담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천연덕스럽게 악역을 연기하는 것 못지않게 유머러스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던 그가 어느 토크쇼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여관방에서 숙박비도 못내 남이 남긴 밥을 먹던 시절을 이야기하면서였다. 그 시절에 그는 간경화를 앓았다고 했다. 

 

 "어느 날 배에 복수가 차기 시작해 어머니와 한의원에 갔는데 한의사가 여기 있으면 당신 죽으니까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어요."

 

 그러나 그는 당시 영화 '똥개'와 '해바라기'를 찍고 있어서 배역을 놓칠까봐 영화 제작진에게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김정태는 "그 당시에 어머니와 여동생은 내가 죽을까봐 곡을 했다"고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때 어머니가 그에게 하루 세 번씩 절을 할 것을 권했다. 

 자신을 목숨보다 아끼는 어머니 소원을 들어드린다는 생각으로 절을 하기 시작한 그는 놀라운 치유의 기적을 경험한다. 

 식욕이 돌아오면서 복수가 빠진 것이다.

 

 그는 절을 하면서 사업 실패로 가족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미움과 함께 뱃속에 차 있던 병이 함께 사라진 것이다.  

 틱낫한 스님이 이야기하는, '화(火, anger)를 다스리는 방법’을 체험으로 터득한 셈이다.

 

 건강을 되찾은 이야기를 하면서 비로소 김정태는 환하게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 난다는 말이 있지만, 그까짓 털 좀 나면 어떤가. 김정태의 웃음은 일상에서 고행을 겪은 후에 귀하게 얻은 성화(聖花)가 아닐까.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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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 ‘완득이’가 극장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언론 시사회 때부터 기자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더니 일반


 극장 개봉 후에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흥행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 '완득이'

 

  알려져 있다시피 이 작품은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장애인 아버지의 손에서 외롭게 자란 고교생 완득이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완득은 그 과정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학교 선생님 ‘똥주’(본명은 ‘동주’지만 완득은 그렇게 부른다.)와 티격태격하지만, 결국은 존경심을 품게 된다. 똥주가 겉으로는 거칠기 짝이 없지만 속으로는 가난한 제자를 사랑으로 품고 싶어 하는 진짜 스승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완득이는 똥주의 주선을 통해 세상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친어머니를 만난다.  그 어머니는 필리핀 이주여성으로, 갓난아기인 완득이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 사연을 털어놓고 아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어두운 소재, 그래도 웃음과 희망이 있는 영화

 

 이 작품의 소재만 보면, 대중 상업영화의 주요 흥행 요소인 오락적 재미와 동떨어진 것들뿐이다.  빈곤, 장애인, 한부모 가정, 이주민 노동자,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 등. 한국 사회의 그늘에서 만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을 담아낸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시종 웃음을 터트린다. 유머와 익살을 적절하게 비벼 넣었기 때문이다.

 

 똥주 선생이 완득이을  “얀마! 도완득!” 이라고 부를 때마다 관객들은 키들거린다. 
 영화가 다루는 공간은 분명히 열악한데 희망의 빛이 스며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이 영화가 세상을 그려내는 시선이 기본적으로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까닭이다.  

 

 극중 인물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현실의 고난에 무릎 꿇지 않고 각자 견뎌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 대해 이 영화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너무 순하게 그렸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을 듯싶다.

 

 웃음과 희망이라는 영화적 판타지로 만족하기에는 현실의 벽에 갇힌 이들의 괴로움이 가혹한 탓이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문제들을 한 번 보듬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척추장애인 아버지, 완득이, 그리고 아버지의 '한'

 

 극중 주인공 완득이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고 주먹 쓰기에 능한 반항아 캐릭터다. 

 담임 교사인 ‘똥주’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늘 공손한 아들이다. 장애인 아버지가 홀로 자신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아는 까닭일 게다.
 

 완득이 아버지는 등이 심하게 굽은 척추 장애인이다.

 영화 속 식당 아주머니는 완득이 아버지가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요즘에도 저런 사람들이 있나?”
 이 아주머니의 말 속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과거엔 완득이 아버지와 같은 장애를 지닌 이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흔히 곱사등이, 혹은 꼽추라고 부르곤 했다. 이런 말은 표준어인데도 왠지 낮춰 부르는 느낌이 있다.

 그만큼 장애인을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 탓이다. 식당 아버지의 힐끔거리는 시선은 바로 그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렇게 경시를 당하는 것에 대한 한이 얼마나 쌓였을까.

 

 완득이 아버지는 이웃사촌인 교사 ‘똥주’와 술자리를 하다가 취기가 알싸하게 감돌자 이렇게 털어놓는다.

 “선생님, 저도 제 몸이 싫었어요.” 


 그러나 완득이 아버지는 평소에는 가슴 속 깊숙이에 있는 한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장애를 이기며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인물이다. 몸은 비록 굽어 있어도 마음은 바르게 펴져 있는 품성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완득이가 힘겨운 형편 속에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밝은 성격으로 자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완득이 아버지의 '구루병', 비타민 부족으로 다시 늘어

 

 영화 속 완득이 아버지와 같은 장애를 구루병(??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구루병(??病)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뼈의 발육이 좋지 못하여 척추가 구부러지거나, 뼈의 변형으로 안짱다리 등의 성장 장애가 나타나는 병. 비타민 디(D)의 부족으로 생기며, 유아에게 많다. (비슷한 말) 곱삿병’ 

 

 이 사전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구루병이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왔다.  그리스말의 척추를 뜻하는 래키스(rhakhis)를 표기하는 일본어가 변이돼서 ‘??’의 일본발음인 구루(くる)로 정착 된 것이라고 한다.

 

 구루병의 두 가지 증상, 즉 등이 굽은 곱사병과 사지(四肢)가 굽는 안짱다리 병은 우리말로는 구분이 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둘을 가리켜 구루병이라 한다.

 그래서 구루병과 곱삿병이 비슷한 병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구루병 > 곱삿병’ 인 셈이다. 


 이 구루병이 영유아 사이에 다시 늘어났다는 뉴스가 올해 봄에 각 매체를 통해 전해져 이목을 끌었다. 임산부들이 비타민 D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서 그 결핍 상태가 대물림 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그 예방법의 첫째로 임산부의 충분한 일광욕이 제시됐다.

 일광욕을 통해서 부족한 비타민 D를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뼈를 튼튼히 하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비타민 D가 많이 함유된 등푸른 생선이나 표고버섯을 꾸준히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모유와 분유를 아이에게 함께 먹이는 방법도 권고 사항이다.

 미용을 위해 햇빛 가리개를 하고 다닌 탓에 비타민 D가 부족해진 여성의 모유는 역시 아이에게 비타민 D의 결핍을 초래하는 탓에 분유를 곁들여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새삼 알게 되는 것은, 햇볕을 가린다고 얼굴에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거나 선캡을 늘 쓰고 다니는 게 건강에 득 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의 높은 이름을 듣고 찾아온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소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지 않은가.

 “대왕이시여, 조금만 옆으로 비켜주시오. 햇볕을 가리고 있습니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사진출처 / 영화 '완득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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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수애의 이미지는 단아한 쪽에 가깝다. 결곡한 느낌을 풍기는 얼굴 때문일 것이다. 이병헌과 공연한 영화 ‘그 해 여름’

 은 그 이미지를 잘 살린 대표적 작품이다.
  하지만 그녀는 12년째인 연기 생활 동안 단아함과 거리가 먼 역할도 많이 했다.  특히 지난  해에 개봉한 영화 ‘심야의 FM' 에서는 격정적인 캐릭터를,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는 냉혹한 킬러를  연기했다.   

 

 

 

  기자로서 수애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때 뜻밖에도 그녀가 감정의 진폭이 큰 배우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영화를 잘 봤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고, 자신의 학력에 대한 언급에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의 말에서 다른 이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만큼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가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라면 짧은 시간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속마음을 표정과 대화로 드러낸 것이 아마추어적으로 비쳤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보통 사람의 희로애락을 극중에 담아내는 배우다. 그래서인지 표정 변화가 큰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일의 약속' 그리고 알츠하이머

 

  SBS가 방영 중인 월화 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아직 초반이지만 여주인공 서연 역을 맡은 수애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다감하게 굴면서도 때론 냉정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육감적이고, 또한 감성적이면서도 지성이 번뜩이는 중층의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다.

 

 

  극중 서연은 어렸을 때 엄마에게 버림받고 남동생 문권(박유환)과 함께 고모집에서 자란 여성 소설가로 등단했지만 대필 작가로 돈을 벌며 출판사에 다닌다. 

 

  건축가인 지형(김래원)과 사랑을 나눴지만, 돈 많고 가문 좋은 지형의 집안에서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미련 없이 이별을 선택했다.

  서연은 이별 과정에서 겉으로 담담한 듯 하면서도 속으로 피눈물을 흘린다.

 

 수애는 그런  서연의 모습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지형과 사랑을 나눴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기도 하고, 젊은 여성 특유의 사랑스러운 애교를 선사하기도 했다.

 

 

 

 서연이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혼란에 빠진 3,4회 방송에서 수애는 더욱 폭넓은 표현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의사는 서연에게 “한 번 사라진 기억은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최근부터 지워지기 시작해 어느 순간 다 지워져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연은 그 말을 듣고 절망에 빠졌으나 이내 병에 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메모를 시작하고 사물의 이름들을 되뇌며 “괜찮다, 괜찮다” 며 스스로를 격려한다.  

 

 서연이 욕실에서 세수를 한 뒤 주변 물건의 명칭을 외우는 장면은 가슴이 저릿하다. 

 "칫솔, 치약, 물컵, 비누, 스킨, 로션, 립글로스."  양치질을 시작하면서는 "이서연, 서른살 . 도서출판 스페이스 제1팀장. 2005년 문화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작가"라고 자신의 프로필을 되새긴다.

 

 

 

 서연은 그렇게 되뇌다가 문득 칫솔을 빨리 움직이며 일그러진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
 
  수애의 단아함을 사랑하는 시청자라면 육두문자를 내뱉는 모습에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나이 서른에 알츠하이머라니, 가혹한 운명에게 엿을 쳐드시라고 발길질을 하고픈 마음이 누군들 들지 않겠는가. 

 

  극중 서연의 동생 문권이 누나가 알츠하이머 형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오열하며 내뱉는 말이 너무나 공감이 간다.

  “이게 뭐야? 누나, 이게 뭐야? 우리는 이렇게까지 재수가 없어야 해요? 참 더럽게 재수가 없어요.”

 

   서연을 너무나 아끼는 사촌 오빠 재민(이상우)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치매는 노인 질환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재민의 말처럼 알츠하이머 형 치매는 대개 노인들에게서 나타난다. 그러나 드물게 젊은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며, 드라마 속의 의사가 언급한 것처럼 희귀하게는 어린아이에게도 나타난다. 

 치매는 뇌 기능 장애로 지적 능력을 상실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 치명적 질환이다. 
 건망증과 치매 모두에서 기억감퇴 증상이 나타나지만,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건망증은 식사를 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등의 상세한 내용을 잊어버리는 것이고, 치매는 식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드라마 속 서연이 회사의 커피 머신에 물만 부어놓고 커피 넣는 것을 잊어버린 것을 나중에 알고는 “건망증에 불과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그 차이를 알기 때문이다. 요즘엔 진단 기술이 발달해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단순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이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동일시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1907년 이 병을 처음 발견한 독일 의사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는 단백질 덩어리가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병이 진행된다. 일단 발병하면 현재 의학수준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꾸준히 약물 치료 등을 받으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손예진과 정우성이 나왔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이재한 감독 2004년 작)도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27세의 수진(손예진)은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다가 부딪친 남자 철수(정우성)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건설현장 소장 일을 하며 건축사 시험 준비를 하는 철수는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상처가 있어서 여성과의 사랑을 망설인다. 그러나 수진의 적극적인 구애와 활달한 성격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알콩달콩한 신혼재미를 누리던 그들에게 검은악마의 질투처럼 찾아온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이다.   수진은 평소 건망증이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자신의 집조차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증세가 심각해지자 병원에 가서 상담과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진은 이 기막힌 사실을 철수에게 차마 알리지 못한 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한다.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우는 젊은 아내의 모습이라니….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손예진의 풋풋한 얼굴 때문에 애틋한 느낌이 더욱 강렬했던 기억이 난다.  

 

  정우성이 맡은 철수도 순수한 매력을 풍겼다. 그는 수진의 행동이 다소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 채고 병원으로 찾아가 그녀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철수는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어하면서도 수진의 간호에 정성을 다 쏟는다. 

 수진의 부모가 딸을 데려가겠다고 해도 철수는 자신이 끝까지 돌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진은 상태가 나빠져 철수와의 일을 모두 잊어버린다.  

 

  그녀는 과거의 기억들만 조금 남은 탓에 옛 애인이었던 직장 상사 영민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임으로써 철수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그래도 철수는 수진을 더욱 극진하게 돌본다.  수진은 잠시 기억이 되돌아왔을 때, 철수에게 미안함과 사랑을 절절히 담은 편지를 써 놓고 바닷가의 요양원으로 떠나간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얼개가 비슷하다.   방송극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김수현 작가는 ‘유사한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왜 알츠하이머 소재를 들고 나왔을까.  

 

  그것은 비슷한 소재로도 독창성 있는 극을 꾸며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기억을 뺏어가는 가혹한 운명이야말로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어 줄 요건이어서 일 것이다. 

 

  김 작가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서연으로 하여금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이 질환에 걸린 이들의 마음을 절박하게 표현한 대사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알츠하이머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지만, 약물 치료와 운동 요법 등을 통해 악화하는 속도

 를 늦출 수가 있다. 이 질환에 걸리면 무엇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100% 예방법은 없으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수칙은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전문가들은 “두뇌, 신체, 사회 활동을 ‘늘리고’ 체중, 혈압, 혈당은 ‘낮추고’, 술, 담배를 ‘멈추는’

 것이 알츠하이머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여느 질병처럼 운동량을 늘리고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악기 연주, 낱말 게임 등을 즐겨서 두뇌를 다양하게 훈련시키는 것도 좋다.  사람을 적극적으로 사귀며 각종 모임 등에 활발

 하게 참여하는 것도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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