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맘 때 쯤 신랑 사업이 부도가 났다.

 
그런데 작년 8월에 둘째아이까지 들어섰다. 5년 동안 아무 소식 없던 아기가 이 어려운 시기에 느닷없이 계획 없이 생겨버린 것이다.

기쁨과 걱정이 교차하며 어떡해야 할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랑에게 이 기쁜 소식조차 전하기도 미안했고, 이 아기를 포기하자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병원을 다녀와 며칠을 망설이다 신랑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 놓았다.


깜짝 놀라며 반기던 신랑의 모습에 그제야 난 너무 고맙고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또 느낄 수 있었다.
내 앞에선 웃으며 반기던 그 모습 뒤에 숨겨진 부담과 걱정들, 얘기가 끝난 뒤 조용히 밖으로 나가 담배를 꺼내 무는 신랑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가여운 집안의 가장들, 가장으로써의 책임감, 그 짐이 얼마나 무거울 지…
우리 아내들은 너무나도 잘 안다. 언제까지 걱정만 안고 축 처져 살 순 없다. 이젠 훌훌 털고 일어 설 때다.


좋은 생각만 하며 열심히 살다 보면 반드시 바라는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믿고 또 다짐하며 오늘도 웃으며 내가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이 아이가 바로 우리 가족에게 다시 일어 설 수 있다고 용기를 주러 온, 하늘에서 보내 주신
    값진 선물이다. 이제 이 '희망이'의 끈을 꼭 쥐고 다시 일어 설 것이다.”

    아자! 아자! 화이팅!!!"

 

김선화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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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금만 쉰 후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제 뜻대로만 되지 않았죠.

3개월 동안 쉬었다가, 선배들에게 전화도 해보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데도 취직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그래 분명히 나를 알아주는 곳이 따로 있을 거야라면서 그냥 곧 있으면 바로 취업이 될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은 흘러 한해가 다 갔습니다. 거기에다가 경제도 어려워지면서, 나라 안팎으로 불안감도 가중되다 보니 이제, 이력서를 쓰는 것도 지쳐가고 취업이 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작년 한 해, 이력서만 무려 100통을 넘게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습니다. 12월 31일에는 정말 이제는 취업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예전에 제가 쓰던 다이어리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 새해에는 무슨 결심들을 했었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 다이어리 맨 앞장부터 끝까지 다 보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작년 1년 동안, 제게는 참 힘든 일도 많았고 좌절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는 것을요.

그런데 한 가지 작년 다이어리를 보면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소망 같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작년에 몇 개월 동안 엄마를 따라서 조그만 교회에 기부하던
곳에 기부도 그만 두었다는 사실을요. 마음이 힘들어져서 그만둔 것인지 아니면 직장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 그런 것인지. 얼마 되지 않은 돈이었는데, 아마도 그만큼 제 마음이 각박해져서 그랬었나 봅니다.

새롭게 다이어리를 쓰면서 언니, 부모님 등 가족끼리 대화를 했습니다. 올해는 조그마한 정성이라도 기부를 하자고 말입니다. 엄마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늘 화장대 위에 돼지저금통을 두고 계십니다. 그 저금통에 동전이 다 모이면 열어서 교회에 기부를 하십니다.

이제껏 저의 심적이나 경제적인 힘듦에만 빠져 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부터는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작지만 사회를 위해서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경신/  전북 익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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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날은 앞사람을 뒤에서 힘껏 밀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는 말도 있지만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일단 타기로 결정하고 앞 사람을 미는 순간 쇼핑백이 선로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아저씨, 가방 떨어졌어요.”한 아주머니가 안타깝다는 듯 걱정을 했다.


가방 안에는 오늘 당장 제출해야 할 보고서와 애지중지 아끼는 수첩 그리고 안경이 있었기에 다음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역무실로 달려가서 도움을 청했다.


“저어, 가방이 선로 밑에 떨어졌는데요.”


“어디예요. 어디.”


오히려 나보다 더 걱정을 하며 한 공익근무요원이 황급히 떨어진 장소로 갈 것을 재촉했다. 그 분은 위험을 무릅쓰고 잽싸게 선로로 뛰어내려 가방을 꺼내주었다.

순간 얼마나 고마운지 조카뻘 되는 젊은이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연발하며 다음 열차에 몸을 실었다. 공익근무요원의 친절로 우울할 뻔 했던 하루가 기분 좋은 하루로 바뀌었다.



 며칠 전에는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해서 현금과 카드, 주민등록증 등 귀중품을 몽땅 잃어버리고 빈털터리가 된 적도 있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찜질방에 갔는데 자주 이용했던 찜질방이라 카운터에 있는 아가씨가 내 얼굴을 알아보고 목욕비와 찜질 복을 외상으로 해주어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칠칠치 못한 내 자신에 대해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각박한 세상에서도 아직까지 따뜻한 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혹자는 세상이 강퍅하여 살기 힘들고 믿을만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고들 하지만 특별히 나는 이렇게 이웃사촌 같은 고마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위험을 무릅쓰고 내 가방을 지하 선로 밑에서 꺼내준 공익근무요원이나 찜질방 아가씨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어쩌면 살맛나는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조원표/ 부천시 원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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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목욕탕에 갈 때마다 자신이‘백말 띠’라며 띠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마사지사 언니가
  있다. 동네사람들이 애용하는 목욕탕인데 우리가 그냥 ‘언
니’라고 부르는 그녀는 백말 띠로 인해
  팔자가 드셀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지금 때밀이가 직업이 된 것 같다며 재미있는 수다를 떠
  는 마사지사다.

 

그녀는 그 목욕탕 4명의 마사지사 중 대장 격이었다. 나이가 가장 위이기도 했지만 곱상한 얼굴에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분위기 조성을 잘했다. 그 목욕탕에서만 7년 차라고 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로부터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진짜 이유는 딴데 있었다. 그녀의 착한 심성 탓이었다.


우리네 젊은 아줌마들의 때를 밀 때는 당연히 돈을 받지만 혼자 오신 할머니 손
님이 계시면 반드시 모셔다가 때밀이 무료 서비스를 하곤 했다. 앙상한 손으로 이태리타월을 들고 앉아 있는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할머니, 제가 시원하게 해
드릴게요” 라며 나긋하게 말한다.
“아녀… 나 돈 없어” 라며 마다하는 할머니. 그러나 이 언니는
“할머니, 돈 안 받
아요. 제 서비스예요”라며 안심시켜 드리고는 유난히 앙상한 할머니의 어깻죽지부터 마사지해 드리고 때를 밀어 드린다.

예상하지 못한 서비스를 받은 할머니들이 그 ‘전문가’의 솜씨에 탄복하며 시원한 맛을 느낀 후부터는 아예 공짜 마사지를 받으러 목욕탕에 들르는 정도다. 자연히 손님 숫자가 많아지니 목욕탕 사장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오자마자 우리 딸 1등 했네, 우리 아들 특목고 갔네, 우리 남편 승진 했네, 등등 제 자랑 수다부터 떨기 시작해 물 실컷 퍼 쓰고 자기네들끼리만 놀다가 돌아가는 우리 젊은 아줌마들. 솔직히 그 언니를 보면 우리는 백번도 더 부끄러움을

느낀다.돈벌이 할 시간을 쪼개 무료 봉사하는 그 심성과 푸근한 인정, 타고난 낙천적 성격… 너무나 배울 점이 많은 마사지사이기 때문이다.

엇? 그런데 최근에 그녀가 안 보였다. 처음엔 잠깐 자리를 비웠으려니 하며 큰 관심을 안 뒀는데 2주일, 3주일. 목욕탕에 그녀가 계속 안보였다. 동네 목욕탕 마사지사 언니 한명이 안 보이는 것만으로 뉴스가 될 정도면 그녀의 인물 됨됨이나 유명세는 확실히 작은 게 아니었다.

목욕탕 단골들의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고 곧 풀렸다. 목욕탕 사장님이 직접 나타나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동안 번 돈으로 고향에 가서 목욕탕을 하나 차릴 거라며 낙향했다는 것이다. 고향이 경상남도 마산이라나, 심성만 착한 줄

알았더니 알뜰하게 돈도 모았구나 하는 마음에 목욕탕 단골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마음속으로 빌었다.

“새로 시작하는 고향 목욕탕에서 돈 많이 벌고, 그곳 할머니들에게도 기분 좋은 마사지 서비스 많이많이 해 주세요.”라고.

 이은숙/ 경북 경주시 동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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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결혼을 늦게 한 데다 2년이 지나서 임신을 했는데 입덧은 다른 사람보다 유별났다.

  온종일, 아니 잠을 자도 눈앞에 먹는 것만 보였다. 입의 변덕이 죽 끓듯해서 금방 먹고 싶다가도 
  얼마 뒤면 그 음식 떠올리기가 싫고 그러다가 한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못 견딜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나른한 상태로 TV를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비몽사몽간인데 언제 퇴근했는지 남편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손질하고 있는 재료는 해물이었다. ‘물텀벙'이라고 부르는, 워낙 봐줄 것 없이 생겨먹은 꼴에다가 살도 붙질 않아서 생선 축에도 못 끼던 고기다. 평소엔 징그럽게 느껴지더니만 오늘은 아직 날 것인 채 손질을 하는 중인데도 내 입에 군침이 도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낙 못 생긴데다가 맛도 형편 없어서 그물에 걸리는 대로 서해안 어부들이 텀범텀벙 던져버렸다고 한다.

“어머, 자기야, 언제 그런 걸 다 사왔어. 내가 할깡?”  콧소리를 내자 남편이 말했다.

“그냥 누워있어. 내가 아주아주 맛있게 끓여줄게.”

“고마웡. 내가 손댄 음식은 먹는 대로 도로 올라와서 큰일이야. 빨리 해 줄 거지~잉?”


남편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는 적이 없다. 오늘 따라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잠든 사이에 저렇게 음식을 만들고 있어 울컥해졌다. 난 우리 남편이 저토록 음식의 달인인줄 몰랐다. 섭섭할 만큼, 나한테는 거들어달라는 부탁도 하질 않고서도 손은 막힘없이 빠르고, 야채며 양념이며 척척 들어간 냄비에선 벌써 보글보글 김이 뿜어지고 뚜껑이 들썩거린다.


이윽고 수저의 달각이는 소리가 식욕을 최고조로 돋구어놓더니 주방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다. 나를 놀라게 하려고 장난하는구나. 난 기대 반, 야속함 반으로 문을 열고 주방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럴 수가…

 

물텀벙이탕은 커녕 주방은 깨끗하고 싱크대엔 내가 점심 때 설거지해 놓은 대로 물 한 방울 튀지 않은 상태였다. 귀신에 씌인 것이 아닌가 생각 될 정도였다. 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 보이는 TV화면에서는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진 아귀탕 국물을 남자 요리사가 숟가락에 넘치게 떠주자 리포터 아가씨는 뜨겁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호호 불어가며 받아먹는다.


난 졸도하는 줄 알았다. 이제까지의 상황은 텔레비전 속에서 일어난 실제 모습에다가 속으로 상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TV속에서 전개되는 화면과 현실이 혼동될 만큼 난 먹는 것에 반은 미쳐있었단 말인가.

 

  맞은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주르르 흐른 군침이 말라붙어 내가 생각해도 가관이어서 눈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
. 허탈과 실망감에 난 신랑이 들어올 때까지 저녁밥을 하지 않았고 일에 지쳐
  들어온 남편에게 물텀벙이탕을 좀 만들어 달라고 애교 섞어 부탁했다.


“자기야, 나 물텀벙이탕 먹고 싶은데 좀 해주라. 응?”

뭘 잘못 먹었나, 멍하니 바라보던 남편이 말했다.


“아니, 지금 제 정신이야. 왜 하필 물텀벙이냐고. 나중에 그렇게 생긴 아이 태어나면 책임질텨?”


TV에서 나온 요리사도 아닌 남편이 무슨 재주로 그런 음식을 할까마는, 낮에 이미 리포터의 유혹에 빠져버린 뒤라 보이는 게 없었다.


“먹고 싶은 걸 참고 못 먹으면 오히려 그렇게 되는 거야. 오늘 저녁은 없어, 못해! 어디 굶어봐!!


발랑 누워버리자 단식투쟁이 겁났는지 남편이 나를 일으켰고 그날 우린 외식을 하게 됐다. 남편은 나를  ‘물텀벙이집’으로 데려갔다. 여기 인천에선 꽤 유명하다는데 난 처음이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남편 앞에서 난 국물 하나 안 남기고 싹싹 먹어치웠다.

다 먹고 나니 사실 걱정은 되었다. 정말 물텀벙이처럼 생긴 2세가 태어나면 안 되니까. 물텀벙이가 차라리 아기 인물보다 더 낫다는 우스개를 들을 정도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아무리 성형기술이 뛰어나다 해도 견적이 천문학적으로 나올 것 아닌가. 근심 속에서 출산을 하고 보니 다행히 이목구비 모두 사람을 닮았다.

그 아이가 벌써 올해 대학 3학년이다. 옆에 앉은 딸 모습을 고슴도치 엄마 아니랄까봐 다시 바라보아도 물텀벙이보다는 낫다. 영문도 모르고 나를 따라 웃는 딸에게 언젠가는 내가 혼자 실실 웃은 사실을 말해줘야 되겠지.



 박정순/ 인천광역시 동구 

 
 물텀벙이?  아귀?  어떤게 맞는말일까? 

 

 물텀벙이는 '아귀'라는 물고기를 인천지방에서 주로 부르는 통칭이라네요. 예전 어부들은 아귀가 그물에 잡히면 못생겨 재수없다고 물에 '텀벙' 버렸다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인천 용현동 지역은 '물텀벙이거리'로 지정될만큼 전문점들이 많이 모여있기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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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입학의 시즌을 보내고 나니 3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우리 ‘한마음회’ 에서 성희를 만난 게 3년 전, 그때 소아마비 장애를 갖고 있던 그 아이는 나이가 19살이었는데 중학교를 중퇴한 상황이었다. 또래들이 놀리고 적응이 안 되자 아예 때려치우고 보호 시설에 들어와 다른 중증 장애인들을 보살피며 생활하고 있었다.


“공부도 잘했는데… 애들이 막 놀리잖아요.
‘ 애자’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그냥 나와 버렸어요. 집에서 놀았더니 맘도 편했어요. 에이, 학교는 가기 싫어요.”


하루아침에 배움이라는 희망의 날개가 꺾여버린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 성희라는 그 아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여사원 봉사활동 모임인 우리 한마음회에서 처음 갔을 때 야무지고 똑 부러진 표정으로 말하던 성희. ‘애자’라는 말은 장애인을 장애자라고 폄하하던 시절, ‘장’자를 빼고 부르던 아주 나쁜 말이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그러던 어느 날, 회원 중 한명이 제안을 했다. “같이 공부해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자.”그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이유가 놀라웠다. 자기가 학교에 가면 자신이 하던 다른 아이들 대소변 치우는 일, 밥 짓기에 빨래까지 누가 할 것이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나머지 아이들의 생활은 더더욱 곤궁해질 거라는 걱정이 그거였다.


성희의 말을 들으면서 우린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본인의 불편함에도 아랑곳없이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챙기며 걱정하는 마음에 우리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우린 우선 주변 봉사 단체에 부탁해 성희가 하던 일을 대신할 자원봉사자를 찾았다. 다행히 보름만에 그 일이 해결됐고 본격적으로 성희 학교보내기‘작업’에 들어갔다.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을 사다주고 전공별로 돌아가며 주말마다 과외를 시켜줬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컴퓨터도 2대를기증해 주셨다. 배움과는 연이 없다고 생각한 성희가 다시 공부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듬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성희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가볍게 통과했다. 그리고 모두의 축하 속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재작년 3월, 복지회 친구들과 공부를 가르쳐준 우리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성희는 눈물 어린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저는 제가 받은 사랑보다 백배 더 다른 사람을 위해 사랑하는데 쓸게요. 나중에 크면 반드시
   장애우들을 위해 헌신할게요. 제가 그동안 받은 도움은 제 것이 아니라 모든 장애우들에게
   돌려줘야 할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희의 고등학교 입학은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워주었고, 우리는 배움의 벅찬 희망을 안고 다시 출발하는 해맑은 여학생의 아름다운 입학식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금도 배움의 길을 가고자 하는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이 많다.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찾아들기를 소망해본다.



이정하 부산시 연제구 거제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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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헌혈을 하려고 하는데….”  


말이 떨어지자마자 활짝 웃는 얼굴로 간호사 분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저씨, 여기 좀 잘 읽어 보시고 헌혈을 하셔야 합니다.”라며 헌혈을 하면 안 되는 특정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하며 밤을 지새웠던 경험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무조건 헌혈을 권하던 예전과는 달리 꼼꼼하게 건강상태도 체크하고 까다로운 기준까지 제시하는 것을 보고 많이 흐뭇했다. 나이는 속일 수 없어 옛날에는 거침없이 팔을 걷어붙였지만 겁도 나고 혹시나 다른 문제는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헌혈을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헌혈을 시작한 연유는 참 우습기만 하다.




식성이 워낙 좋아서 무엇이나 먹을 것으로 보였던 고등학교 시절, 헌혈을 하면 빵을 준다는 유혹에 처음으로 헌혈을 시작하여 그 후로 헌혈차만 보면 맛있는 빵이 생각나서 가끔씩 헌혈을 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지인들에게도 헌혈을 하면 건강도 체크할 수 있고 혈액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헌혈 홍보대사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헌혈을 주저하는 것은 나눔과 기부 문화가 정착이 잘 안되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한 헌혈을 나중에 꼭 돌려 받아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헌혈도 아름다운 나눔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해서 헌혈을 주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영양상태가 너무 좋아서 비만으로 고민을 하는 요즈음 우리들은 어찌 보면 일부러라도 헌혈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나의 피 한 방울이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을 한다면 헌혈을 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헌혈은 진정한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매우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사랑의 헌혈운동에 적극 동참했으면 좋겠다.  

 

경기도 부천시 조원표

    헌혈이 끝난 후 음료수 및 우유와 빵을 제공하는 것은 수분 보충 의미 외에도 휴식시간을 갖게 하는
    취지가 있다네요.

    상품권 금액을 더 올려달라고요?

    현혈은 자신의 가족과 타인을 위한 일인 만큼 헌혈을 통한 정신적 만족이 가장 큰 보상이라는 것!

    잘 아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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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녁이었다. 저녁 아홉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열고 보니 우리 위 층에 사는 아기 아빠였다. 처음 이사 왔다고 돌 전 쯤으로 보이는 아기를 안고 떡을 돌렸었다. 바쁜 아침에는 나와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놓칠 뻔할 때 버튼을 눌러 주기도 하고 서로 인사를 건네기도 하며 그렇게 얼굴을 알고 지내는 터였다.


“놀라셨죠?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걸 전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미안하단 말로 말문을 여는데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저희가 쓰려고 사뒀던 음식점의 상품권이 기한 내에 쓰지 못하고 버려질 것 같아서요. 평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던 아래층에 드리자고 아내와 상의해서 찾아왔습니다. 부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가졌으면 합니다.”라고 하면서 손에 든 봉투를 내밀었다.


받을 수 없다는 우리와 꼭 받아달라는 아기 아빠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봉투 안에 편지도 같이 넣었다며 읽고 기분이 상하면 그대로 버려도 좋다는 말과 함께 계속 권하는데 마냥 사양하기도 미안한 노릇이었다. 손 글씨로 정성스럽게 쓰인 두 장의 편지에는 아이의 별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 아래층에선 얼마나 큰 스트레스일까 생각할 때마다 항상 죄송스런 마음이면서도, 그런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한편으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요샌 위층 아이의 쿵쾅거리는 소리가 그다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리가 줄어들었거나 작아진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위층에서 만들어내는 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돌이 지날 무렵부터는 제법 쿵쾅거리는 소리며 데굴데굴 장난감 굴러가는 소리, 이젠 거실을 운동장 삼아 달리는 것까지도 다 들린다. 아이가 자람에 따라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달라졌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소음으로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이젠 오히려 너무 조용하면 도리어 걱정이 앞선다. 아이가 어디 아픈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새벽에 우는 소리가 들려오면 두 부부가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낮에 고생할 모습이 선해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젊은 위층 부부의 모습에서 지난날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결혼해서부터 쭉 아파트에서 생활 했으니 아이들도 당연히 아파트에서 자랐다. 항상 아이들에게‘뛰지 마라. 살살 걸어라. 그 장난감은 소리가 요란하니까 나중에 갖고 놀자….’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는 집에서 뛰거나 크게 소리 지르지 말라고 이른다. 가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래층 아저씨를 만나면 우리 아이들 때문에 너무 시끄러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인사를 건넨다. 그럼 항상 그러신다.“괜찮아요. 별로 시끄러운지 모르겠어요.”


어찌 안 그렇겠는가, 엄마인 내가 우리 아이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위층 부부도 너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아이도 많이 시끄러웠을 텐데 참아주고 견뎌줬던 과거의 우리 아래층처럼, 그리고 지금도 뭐라 하지 않고 지내는 지금의 아래층처럼 우리도 위 층 부부에게 그런 아래층이 되어주고 싶다. 우리가 받았던 고마움을 위층에게 갚아주고 싶어서다.


요즘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우리 위층도 아래층인 우리 집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단독 주택이 아니고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것도 사람 사는 정으로 알고, 조금씩만 참아주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또 서로에게 고마워하면서 지내면 안 될까? 바로 우리의 위층과 아래층처럼 말이다.


오늘도 위층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니 아프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전북 군산시 송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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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도 날이 있지마는 낫처럼 들을 까닭이 없습니다.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마는 어머님같이 나를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더 말씀하지 마시오 사람들이여,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 고려속요 사모곡(思母曲)


매년 추석과 설날에 어머니는 식구들에게 양말을 한 켤레씩 선물하신다. 처음 시집오던 해부터 받았으니 어언 십 년이 넘게 이어져온 선물의 역사다. 몸이 편찮으시거나 아무리 바쁜 일이 있을 때도 어머니는 어김없이 장으로 가셔서 식구들 수만큼의 양말을 사오셨다.


사실 처음엔 어머니의 양말선물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여느 어머니들 또한 명절이 되면 으레 자식들의 명절빔이나 양말 한 켤레 정도 준비하시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작년 설 때의 일이다. 당시 어머니는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그 해 가을 고추를 수확하던 어머니는 부주의로 손수레와 함께 개울로 곤두박질쳤고 허리와 다리를 많이 다치셨다. 안 그래도 오랜 지병인 관절염 탓에 고생을 하시던 터였다.

명절을 앞두고 시댁에 내려가니 어머니는 그때까지 지팡이 없이는 운신조차 힘든 상태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성치 않은 몸으로 읍내까지 가셔서 양말을 사 오셨다는 것이다. 길도 미끄럽고 지팡이 없이 걷는 것도 여의치 않아 떡이랑 제수거리들은 아버님께 부탁을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그만 자식들에게 줄 양말을 사오라는 걸 깜박하신 모양이었다. 아버님은 까짓 양말 한 켤레가 대수냐고 말리셨지만 어머니는 기어이 읍내에 나가는 차를 빌려 타고 양말을 사 오신 것이다.

차례를 모신 뒤 부모님께 세배를 마치고 나자 아버님은 쌈지를 열어 세뱃돈을 건네시고 어머니는 자식들마다 고루 양말 한 켤레씩을 선물로 주셨다. 자식들은 이구동성으로 편찮으신 와중에 읍내까지 가셔서 양말을 사 오실 게 뭐냐고 지청구를 해댔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지만 늘 하던 걸 안 하려니 서운하고 맘이 허전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냥 이 어미 마음이려니 하고 신거라.”  고 하셨다.

그런 어머니를 뵈니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릴 때 설날이 되어도 설빔을 얻어 입은 기억이 없다. 가난한 살림에 자식들은 많으니 가래떡이나마 뽑아 조상들께 떡국 한 그릇씩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을 살림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설날이 되면 자식들 몫으로 양말 한 켤레씩은 꼭 잊지 않고 준비하셨다. 별 무늬도 없이 밋밋한 빨간색 양말을 서로 신겠다고 다투던 세 자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명절을 앞둔 대목장 한켠에 쭈그리고 앉아 어머니는 양말을 고르셨을 것이다. 자식들이 열한 명에 배우자와 손자들 몫까지 챙기느라 몇번씩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며 숫자를 헤아렸을 당신이다. 한 켤레에 얼마 안 하는 양말이지만 자식들 수가 만만치 않으니 양말 값도 무시 못할 액수였겠다. 또한 손자들 성별이며 연령대까지 배려하느라 양말 한 켤레 고르는 데도 그만큼 품이 들었을 터이다.

분홍색에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들어간 양말은 유일한 손녀인 딸애 몫, 파랑색에 곰돌이 캐릭터가 들어간 것은 딸애와 나이가 같은 외손자 몫, 길이가 짧고 맵시 있는 건 막 멋을 부리기 시작한 중학생 조카의 몫… 각자의 개성만큼 모양도 빛깔도 다른 양말들이다.

무릇 선물이란 값어치를 떠나 주는 이의 정성이 으뜸이 아니겠는가. 새 양말을 신고 날아갈 듯 집 안팎을 오가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이 봄 햇살만큼이나 자애롭다.

                                                                                                                           (조현미 경기 일산 서구 대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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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에 심심하면 혼자 하던 놀이가 있었습니다. 일명‘길 잃어버리기’놀이입니다. 방법은 무지 간단합니다.
 무작정 집을 나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을 가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낯선 곳이라 해도 결국 부처님 손 바닥
 이 었겠지만 그 시절에는 매번 설레고 가슴이 조마조마한 일이었습니다. 마치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탐험가가
 된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요. 엄밀히 이야기하면 그 놀이는 매번 실패로 끝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 번도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으니까요.  길을 잃을 뻔한 적이 있었지만 조금 헤매다가 이내 길을 찾았고, 정 모르면 사람들
 에게 물어보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길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점점 더 멀리 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길이 과연 나의 길인가?

이제 내비게이션이 없는 차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도를 보랴 운전하랴 고생하며 원하는 곳을 찾아가던 예전과 비교하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모르는 길을 가더라도 불안할 필요가 없습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해줍니다. 물론 때로는 내비게이션 때문에 엉뚱한 길을 가기도 하고, 아주 빠른 길을 두고도 먼 길을 돌아가는 일도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다면 어떨까요? 잘 모르는 길에서는 매우 당황할 것입니다. 지도책을 버린 지 오래고, 기계문명에 의존하다보니 본능적 방향감각 역시 많이 퇴화된 데다가 길을 물어보는 것도 서툴러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여정도 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길도 있지만 인생의 많은 순간에 우리는 잘 모르는 새로운 길로 가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안내해주고, 휴게소나 주유소가 어디인지 알려주고, 과속에 대해 경고음을 울려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우리는 인생의 길을 안내해줄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야 길을 잃어 버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인생을 살면서 내비게이션은커녕 제대로 된 지도나 나침반을 만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자주 자신이 걷는 길이 막다른 길은 아닐지,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불안과 혼란스러움에 빠집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다 가는 길로 가게 되거나 혹은 발을 떼지 못하고 마냥 고민만 빠져 있을 때도 많습니다.




생명은 길을 잃지 않는다

강물이 막히더라도 강은 길을 잃지 않습니다. 물길을 만들어 돌아서 갈뿐입니다. 인체의 혈관이 막히더라도 피의 순환은 멈추지 않습니다. 몸은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서 측부순환collateral circulation이 이루어집니다. 즉, 생명이란 강물처럼 길이 막히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고, 철새처럼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본능이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브라질 동해안에 사는 녹색바다거북은 또 어떻고요? 이 거북은 산란기가 되면 멀리 떨어진 대서양의 섬까지 가서 산란을 하고 돌아오는데 놀라운 것은 1주일 뒤 부화한 새끼들이 정확히 엄마거북이 있는 해변으로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결국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그것은 생명이란 그 여정에 대한 고도의 정보가 이미 생명체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즉, 생명은 가장 최고의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길, 이 길로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남의 것이다. 나는 거친 약도 위에 스스로 얻은
  세부 사항으로 내 지도를 만들어 갈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비야의‘중국 견문록’ 중에서



마음이 담긴 길을 가라

인간 역시 생명입니다. 흔히들 가장 고도의 생명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도 인생의 방향장치가 이미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이 막히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능력 역시 우리 안에 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그 감각과 능력을 잃어가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는 밖에서 정확한 지도나 나침반 혹은 내비게이션만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기나 긴 인생길을 지혜롭게 걸어갈 수 있을까요?


The purpose of education is to learn to think for yourself.

(자기의 생각과 주관을 갖고 독립심을 기르는 것,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첫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당신의 가슴이 시키는 일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들어보는 것입니다. 자신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길을 잃지 않습니다. 계속 묻는다면 삶은 답을 전해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계속 묻지 않았다는 것이며, 자신의 내면에 계속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본질적 의미에서 인생의 여정은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확실한 지도를 습득할 때까지 무작정 삶을 보류할 것이 아니라 거친 약도를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지고 뚜렷해집니다. 확실성이란 머리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 혹은 자신보다 더 뒤에 오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우리는 그 경험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사람은 모든 것을 꼭 경험해야만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맞게 재적용하는것이 꼭 필요합니다.

넷째, 길동무가 필요합니다. 마라톤에는 흔히 페이스메이커가 있습니다. 페이스를 조절하도록 옆에서 적절한 속도로 달려주고, 지쳐 있을 때는 희망과 격려를 함으로써 완주로 이끌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인생은 100m 단거리 달리기도 아니고, 혼자 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 긴 코스를 함께 달릴 페이스메이커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언젠가는 당신 역시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때 삶은 더욱 빛이 납니다.


‘이 길에 내 마음이 담겨 있는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인생의 질문입니다.

                                                                                문요한/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정신과 전문의 /건강보험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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