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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엄마는 왜 화를 내?" 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엄마, 나 아파요" 하며 현관에 들어서는 아들을 보니 이마가 찢겨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디서 그랬냐며 놀라서 물으니 "앉아 있다 일어나다가 길다란 쇠에 부딪혔어요" 한다. "그러길래, 엄마가 조심하라고 했지! 빨리 들어와서 소독하고 약 발라" 하며 야단을 쳤다. 그런데, 이 녀석이 며칠 뒤에는 거실에서 굴러가는 구슬을 잡겠다고 뛰다가 푹 엎어졌다. 일어나는데, 얼굴을 보니 코피가 엄청 흐르는 것이다. 코피 덩어리가 뚝뚝 떨어져 코 뼈가 부러진 줄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엄마가 항상 조심하라고 했잖아. 너는 왜 항상 얼굴만 다치냐? 맨날 코만 다쳐서 코피가 자주 나잖아. 이것 봐, 이렇게 많이 흐르잖아"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코피를 닦아주니 나중에는 머리가 어지럽단다. 그러고나서 이틀이 지나지 .. 더보기
전철 안 외국 근로자의 빈 옆자리가 씁쓸했던 이유 이른 새벽, 여느 때처럼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으로 바삐 걷던 중 공중전화 박스 안에 있는 한 외국인 노동자를 보았다.그저 약간의 호기심에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그 청년을 지켜봤는데…. 앗, 그가 울고 있었다. 한손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통화를 했다. 지금의 내 아내도 20대 간호사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 근로자 파견을 나가 3년간 근무하다 돌아온 경력이 있는데 그때 너무나 고국이 그립고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전화기를 붙잡고 울고 있는 그 청년에게 안쓰러움이 생겼다. 아침이 되면 자기가 일하는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할 텐데 그는 아마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고향의 어머니께 전화를 하면서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 있는 듯 했다. 음료수 하나 마시기 위해 슈퍼에 들렀다가 나왔는데 그는 여전.. 더보기
봄, 정직한 마음과 붉은 낙조를 만나고 싶다면... 떠나는 마음은 가벼울수록 좋다. 거창한 계획이 없더라도 일단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서보자. 잔뜩 움츠렸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조심조심 따뜻한 봄의 기운이 밀려오는 5월의 문턱. 정성껏 흙을 빚어 나 만의 그릇을 만들어 보는 즐거운 도자 문화 체험에 바다 구경까지…. 올봄엔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서해로 출발! 함께 떠나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의 등장과 함께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을 연결하는 서해대교가 개통되면서 바야흐로 서해안 시대가 힘찬 포문을 열었고, 서해대교를 건너 서산과 태안으로 이어진 서해는 풍부한 해산물과 천연갯벌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세우며 새로운 주말여행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서해대교에서 송악 IC를 빠져나와 첫발을 내딛는 땅 당진은 38번 국도를 따라 한진 포구와 내도라. .. 더보기
친절히 붙여준 파스에도 분통 터트리는 남편 가족보다 조기축구를 더 사랑하는 남편. 건강이 최고라며 주말마다 거의 목숨 걸고 나가서 공을 차고 돌아온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어깨가 좀 결린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축구를 하다가 근육이 놀랬나 싶단다. "오십견인가? 그게 요즘은 사십대에도 찾아와 사십견이라고도 부른다는데…." 남편은 계속 기침을 하면서 급기야는 가슴까지 결린다고 고통스러워했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에 가봤더니 뼈에 이상은 없고 근육에 약간의 염증이 있으니 마사지나 열심히 하란다. 다음날 아침, 화장대에 놓인 파스가 눈에 띄기에 옳다구나 싶어 막 출근하려던 남편의 와이셔츠를 걷어 올리고 정성스레 파스를 붙여 주었다. "여보, 이게 건강파스예요~옹. 아내의 사랑이 듬뿍 담겨진거 알죠?" 라며 내가 생각해도 제법 닭살 돋게 애교를 부려줬다. .. 더보기
‘귀여운 악마’ 같은 할머니의 유혹에 넘어가다 “에미야, 귤 한 개 더 넣었다.” 이렇게 다정한 말을 해주시는 분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당연히 친정 엄마 아니면 시어머니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결코 아닙니다. 그럼 누구? 지금부터 이분에 대해 말씀 드리렵니다. 이분은 바로 ○○은행 앞 노점에서 과일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고요. 그 다정한 말은 바로 그분께서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랍니다. 저랑은 인연이 꽤 되었지요. 사람들이 수시로 오고가는 은행 앞 고정된 자리에서 항상 계시기 때문에 그 은행을 자주 이용하는 저로서는 참새와 방앗간이 된 셈이죠. 저를 멀리서 보시곤 소리치는 한 말씀. “오늘 포도 들어왔어! 아주 싱싱해! 한 바구니 가져가, 옛다! 오천 원만 받을게.” 하시며 내미는 거친손 끝에 걸쳐진 검은 봉지는 어느새 제 손에 들려 있지요. “오늘 포도.. 더보기
내 손가락 찌르며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유 조심스럽게, 엄지손가락을 실로 동여맨다. 어디서 본 가락대로, 일단 바늘을 콧김으로 소독한다고 소독 하고 엄지손가락에 가져다 대는데…. 도저히 내 손가락은 못 찌르고 애꿎은 살만 슬슬 파내고 있다. 더부룩한 속을 부여잡고 소화제만 연거푸 먹어보지만, 소화제조차 얹히 공간 위에 더 얹혀졌는지 전혀 풀어주지도 못하고 머리조차 띵해졌다. 어린시절, 내가 체할라치면 할머니는 내 손가락을 따주셨다. 내 엄지손가락에 실을 동여매고, 바늘쌈지 안에서 제일 깨끗한 바늘 하나를 골라. 머리카락 속에 한번 쓱쓱 문지른 후 콧김을 쐬어 가차없이 손가락을 찌르셨다. 그럴라치면 그 시커먼 피와 함께 속이 뻥 뚫린 듯하던 신기한 경험. 그 경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라 할머니 흉내를 내 보려는데 차마 내가 내 손가락을 못 따고.. 더보기
어릴적 도둑질로 평생 계란을 못먹는 사연 종미네 집으로 넘어가는 밭둑에 새로 꽃피운 조팝나무가 가득하다. 꽃 더미를 헤집으며 혼자 놀던 나는 기겁하여 놀라 뒤로 움찔 물러섰다. 갑자기 암탉 한 마리가 날개를 치며 튀어 달아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놀란 건 그 다음이다. 덤불 밑의 우묵한 바닥에 여섯개의 알이 하얗게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종미네 닭이 낳은 게 틀림없었다. 제 둥우리를 두고 왜 여기다 낳았을까?' '종미네 집에 가서 알려줄까. 아냐, 이런 데다 낳은 걸 꼭 종미네 알이라고 할 순 없지. 매일 하나씩 나을 테니 다음에 가져가?' 절반인 셋만 가져가기로 작정한 나는 살그머니 집어 들어왔다. 온기가 가득했고, 옷 앞자락에 주섬주섬 담았다. 갑자기 나타난 종미 아버지의 우악스런 손아귀에 뒷덜미를 움켜잡히는 섬뜩한 긴장 속에서 몇 걸.. 더보기
매일 아침 나이 든 아내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 “여보! 나 예뻐요?” 아내가 거울 앞에서 몸매를 다듬더니 노래를 부릅니다. “숨 쉴 수가 있어서, 만질 수가 있어서, 말할 수도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어제 노래교실에서 배웠다는 노래입니다. “인생 칠십부터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더니 “웃읍시다. 크게 웃어요. 웃음이 보약이랍니다.” 라며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 부부의 삶이 행복하게 시작됩니다. 부자는 아니지만 옆에서 하루를 열어주는 아내가 있어 이렇게 행복합니다. 저는 1995년 어느 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쓰러졌습니다. 뇌경색이라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젊음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아내의 충고를 뒤로 흘려버린 자신이 부끄러워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치지 않는 눈물과 한숨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순간! 따뜻한 손길이 이.. 더보기
혈액형 발표 전날 폭탄선언한 울 막내 사연 올해 우리 집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입학하면 신입생을 대상으로 혈액형 검사를 포함하여 건강 검진을 학교마다 실시하게 된다. 아이가 셋이지만 나는 아이들 혈액형 검사를 태어난 병원에서 하지 않았다. 아니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셈이다. 우리 아이들을 놓는 병원마다 혈액형 검사를 해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담당의사 왈 그 어린 신생아한테 피를 뽑을 게 어디 있냐며 나중에 더 성장하면 하라는 것이다. 궁금했지만 기회가 되면 하리라 생각하고 차이 피일 미루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하도록 혈액형을 모르고 지낸 것이다. 계모임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나를 이상하다며 한마디씩 했다. "너 친엄마 맞니? 궁금하지도 않느냐? 너 애들 주워다 키우는거 ···. " 이런 온갖 구박 아닌 구박을 받으.. 더보기
아내에게 백 배 사죄하게 만든 나의 '감자탕' 멘트 “여보, 우리 외식한 지 반 년은 지난 거 알아요?” 일요일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리모콘을 붙잡고 거실 바닥에 앉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빨랫감 을 가지고 거실을 오가던 아내가 반쯤 누운 내 다리를 슬쩍 걷어차며(?) 약간 짜증 투로 한마디 툭 던졌 다. 얼떨결에 "짜장면이나 먹자" 고 하자 아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1인분에 몇 만 원짜리는 못 먹어도 와인 같은 거 주는데 한번 가보자고요.” 마누라가 참았던 말을 결국 목구멍 너머로 내놓았다. 아내의 표정을 대충 이해한 내가 마지못해(?) 동의하고 점심 때 아이들과 함께 데리고 꽤나 근사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갔다. ' 이 정도면 돈이 좀 나오겠는걸.' 하는 여러가지 계산이 연산되자 갑자기 '나는 느글거리는 음식 싫어하잖아.' .. 더보기